발로 뛰는 대규모 유세대결 옛말… 대선 이젠 ‘손으로’ 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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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 ‘SNS 선거전’ 본격화


‘36회(2012년 대선)→23회(2017년 대선).’

두 번째 대선에 도전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초반 15일 동안 진행한 현장 유세 횟수다. 2012년 첫 번째 도전 당시보다 현장 유세 횟수가 줄었다. 전문가들은 유권자들과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는 ‘발로 뛰는 선거운동’보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스마트 선거운동이 전면에 부각된 결과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 대선까지는 후보를 홍보하는 수단에 불과했던 SNS가 이번에는 선거운동을 대체할 정도의 파괴력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 현장 유세 줄이고, 모든 일정 온라인 생중계

5당 후보들은 적은 수의 유권자를 딱 한 번 만나더라도 후보의 장점을 드러낼 수 있는 스토리가 있는 만남을 기획하고, 이를 ‘온라인 생중계’하고 있다. 문 후보가 1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군 장병 부모 애인들과의 대화’도 그런 포맷이다. 각 당은 10여 명의 현장 생중계 라이브(LIVE) 팀을 꾸리고 후보의 거의 모든 일정을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하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윤영찬 SNS공동본부장은 “약 2만 명이 모인 부산 현장을 2만 명이 넘는 누리꾼이 온라인 생중계로 지켜봤다”며 “후보가 무작정 많은 지역을 도는 것보다 한 번을 가더라도 어떤 스토리를 입힐지가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생중계 화면은 현장에 오지 못하는 유권자들을 위해 후보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현장 분위기를 담아낼 수 있는 와이드샷을 활용하는 편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지역 유세 현장을 최신 가상현실(VR) 기능을 접목한 ‘강철수TV 360VR’로 중계하고 있다.

○ 2030세대 넘어 4060세대 겨냥하는 SNS 홍보

30년전 여의도 유세 1987년 13대 대선을 앞두고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의 유세가 열린 서울 여의도에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청중 동원’ 의혹이 불거진 이 유세에 대해 당시 일부 언론은 “역대 최다인 150만 명의 인파”로 보도했다. 동아일보DB
30년전 여의도 유세 1987년 13대 대선을 앞두고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의 유세가 열린 서울 여의도에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청중 동원’ 의혹이 불거진 이 유세에 대해 당시 일부 언론은 “역대 최다인 150만 명의 인파”로 보도했다. 동아일보DB

SNS가 젊은 세대만을 위한 도구라는 편견이 이번 대선에서 깨지고 있다. 각 후보 캠프들은 4060 맞춤형 SNS 홍보 전략을 적극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특히 장년층이 주로 이용하는 카카오톡용 게시물과 카드뉴스 제작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안 후보 측은 온라인 게시물과 카드뉴스의 제목을 노안이 많은 장년층을 고려해 최대한 크게 뽑고 있다. ‘이장님∼ 통장님∼ 기본 수당을 50% 인상하겠습니다’ 등 장년층 맞춤 카드뉴스는 화제가 되기도 했다. 종합 홍보 애플리케이션 리얼스캔도 안 후보의 4060세대 지지자 약 1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문 후보 측은 쇼핑몰 형식을 활용한 정책홍보 사이트 ‘문재인 1번가’로 호응을 얻은 데 이어, 스타크래프트의 ‘문재인 맵(바탕화면)’을 만들어 유저들에게 무료 배포해 주목을 받았다. 1990년대부터 이 게임을 즐겼던 40대 이상 장년층 게임 유저들의 감수성을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주요 지지층이 50대 이상인 점을 감안해 길이를 짧게 편집하고 자막을 크게 넣는 스마트폰용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특히 TV토론과 유세 당시 문 후보와 안 후보를 향해 직설적인 비판을 한 내용만 집중 편집한 ‘홍카콜라(홍준표+코카콜라)’ 시리즈가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당 함진규 홍보본부장은 “국민을 대변해 청량감 있는 시원한 목소리를 내 중장년층의 지지를 결집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 측은 ‘심상정을 엄마에게 보여드리자’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다. 심 후보 측은 TV토론회마다 하이라이트 동영상을 편집해 공개하는데, 이를 부모님 세대와 공유해 달라는 것이다. 정의당 선대위 이석현 SNS부본부장은 “심 후보의 최근 지지율 상승에는 토론회 편집 동영상이 큰 영향을 끼쳤는데, 이 효과를 5060세대까지 전파하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SNS 선거전의 효과는 유권자들의 참여와 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문 후보 측은 ‘파란을 1으키자’라는 온라인 캐치프레이즈를 공개했는데 지지자들이 이를 활용한 다양한 패러디물을 만들어 확대 재생산했다. 기존 선거 포스터와 달리 양손을 번쩍 든 사진을 게시했던 안 후보는 온라인을 통해 ‘V포즈 인증샷 찍기 캠페인’을 펼쳐 홍보 효과를 거뒀다.

○ 네거티브 대응도 SNS 퍼스트

SNS는 후보의 약점을 보완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신생 정당 후보인 탓에 상대적으로 다른 후보들에 비해 열세에 놓인 조직력을 SNS 유세전으로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넉넉하지 못한 선거 비용 때문에 방송 광고를 많이 하지 못하는 점도 SNS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개혁적인 보수층을 주요 지지층으로 보고 있어 가벼운 이미지보다는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SNS를 활용하고 있다. 육아휴직, 일자리 정책, 복지 정책 등을 발표하는 현장 동영상을 10분 내외로 편집해 ‘능력 있는 대통령 유승민이 만드는 나라’ 시리즈로 제작했다.

안 후보는 유치원 증설 논란 등으로 지지율에 타격을 입은 이후 ‘팩트안팩트’(www.factahnfact.com)를 만들어 네거티브에 대응하고 있다. 국민의당 선대위 김수민 뉴미디어본부 수석부본부장은 “2030세대는 포지티브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고, 4060세대는 네거티브 대응 콘텐츠 중심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장관석·강경석 기자
#대선#sns#선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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