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책 쏟아져 나오는데… 질적 성장은 까마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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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관련 서적 활황의 이면
전문서 특성상 번역에 2∼3년 소요… 과학 이슈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10년 전 책 신간으로 출시되기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의 과학 분야 신간 진열대.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의 과학 분야 신간 진열대.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국내 출판 시장에서 과학 분야 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연 최근 들어 정말 유의미하게 확장된 걸까. 지난해 구글의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을 계기로 주목 받은 인공지능, 2월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컨택트’에서 다룬 외계생명체 이야기 등을 통해 관련 주제의 과학 분야 서적이 신문을 비롯한 언론을 통해 꾸준히 언급된 건 사실이다. 과학 분야 전문 번역가인 김명남 씨가 스타 번역가로 자리 잡은 것도 과학 책에 대한 높은 관심이 반영된 현상이라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출판계 관계자들은 “신간이 많이 생산되고 언론에 빈번히 노출된다고 해서 곧바로 과학 책을 구매해 읽는 독자가 많아졌다고 보는 건 지나친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 ‘김상욱의 과학 공부’, ‘인포메이션’ 등 굵직한 과학 책을 잇달아 펴내 시장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과학서적 전문 출판사 동아시아의 한성봉 대표는 “양적인 변화가 다소 나타났다고는 볼 수 있지만 질적인 면에서 과학 책 출판이 근본적인 전환점을 맞았다고 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발견과 학설이 줄줄이 쏟아지는 과학 영역에서 최신 이슈에 뒤처진 텍스트를 읽는 건 별 의미가 없다는 것. 한 대표는 “번역 등 제작 과정에서 한계를 감수할 수밖에 없긴 하지만 화제작의 원서가 출간된 지 2, 3년 뒤가 아니라 가끔은 10년 가까이 지나서 번역본이 나올 때가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물론 현실을 도외시한 채 과학 책 번역 속도에 대해 비판할 수는 없다. 이달 초 인공지능 분야 석학인 닉 보스트롬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과 교수의 ‘슈퍼인텔리전스’를 출간한 까치글방 박종만 대표는 “번역에만 꼬박 3년 걸렸다. 소수의 과학 분야 인기 번역가들은 일이 밀려 있어 물리학자에게 번역을 맡겼다. 인공지능 분야 학자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작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책의 일본어 번역본은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

과학책 신간이 늘어난 이면의 내실을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과학책 판매 비중은 2014년 1.0%에서 지난해 1.3%로 미미한 증가에 그쳤다. 한국출판인회의 김한청 기획위원장은 “서구 선진국 과학책 시장은 한국과 뿌리가 다르다. 과학에 대한 일반 독자의 관심이 탄탄하고, 기초과학 토대를 바탕으로 수준 높은 필자가 넘쳐난다. 해외 도서전 등을 통해 그 엄청난 ‘과학 책 더미’ 속에서 어느 정도 알짜배기들이 감별됐는지는 솔직히 의문”이라고 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과학 관련 서적#과학책#과학 서적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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