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미사일 대신 ‘저강도 도발’… 채찍 든 美中 의식 수위조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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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의 한반도]25일 창군절 대규모 화력훈련

北 보란듯… 韓美, 서해서 연합훈련 북한군 창건기념일인 25일 서해상에서 열린 한미 해군의 전술기동훈련 도중 한국 해군 구축함 왕건함에 탄 병사(앞쪽)가 미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웨인 메이어함과의 거리 및 방향을 측정하고 있다. 해군 제공
北 보란듯… 韓美, 서해서 연합훈련 북한군 창건기념일인 25일 서해상에서 열린 한미 해군의 전술기동훈련 도중 한국 해군 구축함 왕건함에 탄 병사(앞쪽)가 미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웨인 메이어함과의 거리 및 방향을 측정하고 있다. 해군 제공
북한이 인민군 창건기념일(창군절)인 25일 핵·미사일 도발 대신 재래식 무기로 화력훈련을 실시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초강경 대북 압박을 고려한 ‘수위 조절’로 보인다. 미국의 대북 공세가 계속될 경우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전략적 도발’을 언제든 감행할 수 있다고 보고 한미 군 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 한미 고강도 압박에 수위 조절한 듯

북한은 이날 오전부터 강원 원산 일대에 300mm 신형 방사포(다연장로켓포·최대 사거리 200km)를 비롯해 300∼400여 문의 장사정포를 집결시켰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위한 참관대도 설치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정찰위성 등으로 관련 동향을 실시간으로 포착해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이어 사상 최대 규모로 추정되는 화력훈련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군은 결론내렸다.

오후 3시경 북한은 해상의 특정 표적과 지점에 포탄을 쏟아붓는 방식으로 화력훈련을 시작했다. 북한이 휴전선(MDL) 인근에 배치한 수백 문의 장사정포는 유사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수만 발의 포탄을 날려 보낼 수 있다. 군 관계자는 “이번 주말에 동해에 전개되는 칼빈슨 핵추진 항모전단에 대한 무력시위의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영해로 접근하는 칼빈슨 항모를 수장(水葬)시키겠다는 위협이 빈말이 아니라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짙다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시간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과 평안북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는 도발 징후가 포착되지 않았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미사일을 실은 이동식발사차량(TEL)의 움직임도 거의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대북 공세가 효과를 봤다는 관측이 많다. 미국이 핵·미사일 도발을 ‘마지노선’으로 거듭 경고하면서 항모전단과 세계 최대 규모의 핵추진잠수함(미시간함·1만8000t)을 한반도에 잇달아 배치해 한국과 함께 북한을 옥죈 결과라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대북 군사행동의 실행 여부를 떠나 북한 전역의 핵·미사일 기지를 초토화할 수 있는 미 전략무기를 대거 배치한 상황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도박’을 강행하기에는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실험을 하면 원유 공급 중단 등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북한에 경고한 중국의 ‘외교적 채찍’도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핵·ICBM 기습 도발 가능성은 상존

하지만 북한이 ‘결정적 시기’를 골라 언제든지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한국 등 국제사회의 예상을 깨고 기습적으로 핵실험을 한 전례가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조만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보다 구체화되는 시기나 다음 달 한국의 대선(5월 9일)을 앞두고 모종의 전략적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은 김정은이 지시만 하면 당장이라도 풍계리에서 6차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태양절(김일성 생일) 열병식(군사 퍼레이드)에서 대거 공개한 신형 ICBM을 기습적으로 발사해 미 본토에 대한 타격 능력을 과시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 당국자는 “대규모의 연쇄 핵실험이나 핵·ICBM 동시 도발 시나리오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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