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고민하다 투신한 인턴… 고향가다 목숨 끊은 공시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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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절벽’ 두 청춘의 비극

장애가 있는 한 20대 청년이 인턴으로 일하던 공공기관 건물에서 추락해 의식불명에 빠졌다. 이 청년은 정규직 일자리를 얻지 못한 채 대학 졸업 후 공공기관 인턴 생활만 전전했다. 지금 일하고 있는 공공기관 인턴직도 6월 말이면 끝난다.

○ 정규직 꿈꾸던 청년인턴의 비극


25일 경기 수원서부경찰서에 따르면 24일 오후 6시경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제3별관(4층) 옥상에서 A 씨(28)가 추락했다.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하루가 지난 뒤에도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A 씨가 스스로 몸을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5일 “폐쇄회로(CC)TV 영상과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사고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정확한 동기는 알 수 없지만 스스로 뛰어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CTV에는 A 씨가 혼자 옥상으로 올라가는 장면이 담겼다. A 씨가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을 목격한 경기도 직원도 있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기도와 경찰 등에 따르면 A 씨는 뇌전증 4급 장애인이다. 뇌전증 4급 장애는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 하지만 A 씨가 취업시장에서 원하는 일자리를 얻는 데 상당한 걸림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2011년 대학을 졸업했다. ‘스펙’을 위해 사회복지사 2급과 요양보호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국토연구원과 경기 의왕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가기록원 등 공공기관 4곳에서 인턴 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에서는 지난달부터 청년인턴으로 채용돼 사무보조를 하고 있다. 근무 기간은 6월 30일까지다. 공공기관 청년인턴제는 약 10년 전부터 시행 중으로 청년들에게 공공기관 업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공무원과 똑같이 오전 9시에 출근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한다.

사고 당일 A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인턴 종료 후 무슨 일을 할지 고민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관계자는 “청년인턴들에게 비중 있는 역할을 맡기기는 어렵다”며 “안정적인 생활을 가질 수 없으니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극단적 선택한 어느 공시생

경찰 공무원을 목표로 공부하던 20대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발생했다. 25일 충북 청주흥덕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경 청주시 흥덕구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옥산 휴게소 화장실 안에서 B 씨(25)가 목을 매 있는 것을 그의 어머니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B 씨는 곧바로 출동한 119 구급대의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B 씨는 군 제대 후 3년 동안 서울에서 경찰 공무원(순경) 공채시험을 준비했다. 그러나 7회가량 낙방의 고배를 마셨고 지난달 18일 치러진 시험에서도 또 떨어져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의 어머니는 지친 아들을 쉬게 하려고 이날 서울로 올라가 아들을 데리고 고향인 경북 구미행 버스에 탔다. B 씨의 어머니는 “고속버스가 잠시 휴게소에 들렀는데 화장실에 간다고 한 아들이 차가 출발할 시간이 다 됐는데도 오지 않아 가보니 목을 매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B 씨가 계속된 공무원시험 낙방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검찰 지휘를 받아 부검은 하지 않고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했다.

정동연 call@donga.com / 청주=장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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