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수·중도 단일화 논의에서 짚어봐야 할 것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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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어제 새벽까지 이어진 의원총회가 끝난 뒤 “유승민 후보의 당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 3자 단일화를 포함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대통합은 받아들이면서 국민의당 안 후보와의 연대에는 거리를 뒀다. 국민의당에서는 안 후보와 박지원 선거대책위원장이 바른정당의 제안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3자 단일화는 고사하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혹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의 2자 단일화도 쉽지 않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바른정당이 잘못된 결정을 했다”며 “3자 단일화는 반(反)국민연대, 반민주연대, 반역사연대”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그러나 그런 비판은 역대 대선에서 단일화가 대개 진보 진영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을 잊은 것이다. 문재인-안철수의 ‘사실상 단일화’가 그랬고, DJP연합이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도 김대중, 노무현 후보 쪽이 주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보수 진영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보수·중도 단일화 논의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정치현상이다.

프랑스는 5월 7일 대선 결선 투표를 실시한다. 결선투표제를 통해 유권자의 사표(死票)를 줄이고 분산된 표를 결집한다. 결선투표제가 없는 우리나라는 선거 전 연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홍 후보가 주장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중심의 보수단일화는 그 자체로는 유의미한 지지율에 이르지 못하면서 오히려 더 많은 사표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최근까지 친박(친박근혜) 비박(비박근혜)으로 나뉘어 이전투구를 벌이던 세력이 선거 직전에 단일화한다면 그 명분에 수긍할 국민도 많지 않다. 단일화를 해야 한다면 국민의당 안 후보를 포함해 더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

문 후보 진영에선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 결정을 한 것이 무슨 잘못이냐는 얘기가 나온다. 문 후보가 집권하면 북한 미사일을 막기 위한 방공망체계에 필수 요소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배치를 재검토할 공산이 크다. 문 후보에게 안보 불안을 느끼는 유권자가 많지만, 그 불안을 표로 결집하기 어려운 구도다. 많은 유권자 사이에 이런 불안이 엄존하는 한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3당은 이에 반응해야 할 정치적 의무가 있다.

대선 후보는 눈앞의 당선만이 아니라 당선 후 국정도 생각해야 한다. 국회에서 의석수가 40석도 안 되는 정당들은 설혹 집권한다 해도 협치(協治)는커녕 다수당에 휘둘리기 십상이다. 그런 뻔히 예상되는 상황이 유권자의 불안을 가중시켜 오히려 표를 떨어뜨리는 작용을 한다. 누가 당선돼도 연정(聯政)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단일화 논의를 통해 ‘연정 연습’을 하는 것이 대선 이후 국정 안정을 위해서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보수 단일화#바른정당 주호영#프랑스 결선투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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