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패스 한 장이면 여행지 다닐 걱정 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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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 코리아, 국내로 떠나요/2부]<6> 관광용 ‘1일 교통카드’ 만들자


올해 초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주부 추모 씨(55)는 여행 첫날 허탕을 쳤다. 국내 관광지라 부담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했지만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배차 간격도 너무 길어 대부분의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내야 했다. 둘째 날부터는 차를 빌려 예정에 없던 지출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지난해 여름 찾은 일본 교토(京都)에서는 하루 500엔(약 5000원)으로 버스표 ‘원데이패스’를 사서 관광지를 알차게 돌아다녔다. 주요 관광지마다 정류장이 마련된 데다 원데이패스만 있으면 어떤 버스도 맘대로 탈 수 있어 교토를 처음 간 추 씨도 쉽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그는 “일본인들도 원데이패스로 자유관광을 하는 게 인상 깊었다”면서 “제주도는 한국의 대표 관광지인데도 아직까지 그런 제도가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일본뿐만 아니라 홍콩, 대만, 미국, 유럽 여러 국가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자유여행 상품이 많다. 특히 홍콩에선 ‘투어리스트 데이 패스’를 사면 하루 종일 지하철을 무제한으로 탈 수 있고, 교통카드인 ‘옥토퍼스 카드’로는 지하철과 버스, 트램(노면전차), 페리 등 대부분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내에서도 ‘원데이패스’ 등과 같은 서비스 도입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많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지난달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여행 시 이용한 교통수단으로 승용차를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65.7%로 가장 많았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운전을 할 수 없는 사람은 여행을 즐길 수 없고, 승용차에만 치우친 국내 여행이 교통 혼잡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게 국내 관광의 현주소”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교통편과 관광 인프라를 연결한 ‘패키지형 자유여행’ 제도가 확립돼야 우리 국민이 부담 없이 국내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선도적으로 이런 서비스 도입에 나서고 있다. 전북도가 대표적이다. 전북도는 올해 처음 ‘전북투어패스’ 카드를 선보였다. 교통시설뿐 아니라 전주한옥마을과 박물관, 체험장 등 관광 콘텐츠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카드다. 김인태 전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카드 한 장으로 시군 간 콘텐츠를 연계해 관광객의 편의성을 높이고 체류 기간을 늘리겠다는 취지로 마련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자체가 노력하는 만큼 중앙정부도 광역 교통망과 인프라 연결에 지원을 해 준다면 국내 관광 콘텐츠의 질이 확연히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국내여행#관광#교통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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