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호황때 과감히 사업재편”… 메이저 화학사들 인수합병 바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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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랑세스, 美 켐추라 인수… 美 엑손모빌은 JAC와 협상
국내기업도 해외 M&A 참여… 아직까지 뚜렷한 진전은 없어

독일 화학사 랑세스 본사
독일 화학사 랑세스 본사

글로벌 화학업계의 대형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세다. 화학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내고 있을 때 미리 사업 재편을 하는 ‘선제적 구조조정’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특수화학기업 랑세스는 미국 화학사 켐추라 인수에 필요한 공식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21일(현지 시간) 밝혔다. 켐추라는 난연(難燃)제 및 윤활유 첨가제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업체다. 기업 가치는 24억 유로(약 2조9280억 원)에 이른다.

랑세스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이번 M&A를 계기로 글로벌 첨가제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지게 됐다. 랑세스는 켐추라를 품에 안으면서 2020년까지 연간 약 1억 유로(약 1220억 원) 규모의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엑손모빌은 싱가포르에 있는 주롱아로마틱스코퍼레이션(JAC)의 정유·화학 복합시설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JAC는 2014년 총 24억 달러(약 2조7360억 원)를 투자해 콘덴세이트(초경질원유) 분해시설과 석유화학시설을 지었다. 이후 중국에 파라자일렌(PX) 등을 공급하다 2015년 9월 파산했다. 엑손모빌은 싱가포르에 연간생산 100만 t 규모의 자사 최대 PX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JAC 생산시설을 인수하면 엑손모빌의 PX 생산능력은 180만 t으로 확대된다. 석유제품 생산도 250만 t 늘릴 수 있다.


글로벌 M&A가 활발해진 시기는 2014년 유가가 급락한 이후 안정적 ‘저유가 시대’가 열린 2015년부터다.

남장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료 가격에 영향을 주는 유가가 2015년부터 낮게 유지된 반면, 제품 수요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화학기업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반짝 효과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상당히 오래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다우케미컬과 듀폰이 2015년 12월 합병을 발표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지난해에는 중국 국영업체인 켐차이나의 스위스 종자회사 신젠타 인수 발표(2월), 독일 화학업체 바이엘의 미국 종자회사 몬산토 인수 발표(9월) 등이 이어졌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연구조사본부장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면 더 잘하는 쪽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불황기를 대비해 호황기에 과감하게 사업 재편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화학기업들도 사상 최대 수준의 호황을 맞고 있다. LG화학은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6년 만에 최대치인 7969억 원이었다. 25일 실적 발표를 앞둔 SK이노베이션도 화학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달 말 실적 발표를 앞둔 롯데케미칼도 사상 최대 영업이익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의 M&A 시도는 잇달아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6월 미국 액시올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다가 철회했다. 최근에는 JAC 인수에 참여했으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영국 BP의 중국 상하이세코 지분(50%) 인수를 추진해왔지만 아직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2월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다우케미컬의 에틸렌 아크릴산 사업 인수 계약을 체결한 게 그나마 성공 사례로 남았다.

김 본부장은 “글로벌 기업들이나 국내 기업들이나 (M&A에 있어서)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규모 등 여러 측면에서 밀리다보니 인수에서 실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화학업계#인수합병#사업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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