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힘받는 ‘보수-진보 대결’ 프레임… 안철수-홍준표 ‘TK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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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이슈 전면부상 판세 요동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21일 인천 부평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 도중 6·25전쟁 참전 군인에게서 태극기를 전달 받아 몸에
 두르고 있다(왼쪽 사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울산 남구 롯데호텔 앞에서 유세를 마친 뒤 지지자들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가운데 사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을 찾아 자신의 기호 2번을 연상시키는 대게의 두 다리를 손에 
쥐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인천=원대연 / 울산=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포항=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21일 인천 부평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 도중 6·25전쟁 참전 군인에게서 태극기를 전달 받아 몸에 두르고 있다(왼쪽 사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울산 남구 롯데호텔 앞에서 유세를 마친 뒤 지지자들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가운데 사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을 찾아 자신의 기호 2번을 연상시키는 대게의 두 다리를 손에 쥐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인천=원대연 / 울산=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포항=뉴시스

5·9대선을 앞두고 안보 이슈가 전면으로 부각되면서 대선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보수-진보 구도가 형성되면서 보수층의 표심이 출렁이는 것으로 보인다.

21일 발표된 한국갤럽 주간 여론조사에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의 격차가 전주보다 벌어졌다. 안 후보에게 기대를 걸었던 보수층의 일부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눈길을 주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보수층을 겨냥한 두 후보의 경쟁에 불이 붙었다.

○ 요동치는 TK 표심

자료: 한국갤럽(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자료: 한국갤럽(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의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18∼20일 조사)에 따르면 문 후보는 지난주보다 1%포인트 오른 41%인 반면 안 후보는 7%포인트 하락한 30%로 나타났다. 이어 홍 후보는 지난주보다 2%포인트 오른 9%였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1%포인트 오른 4%,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지난주와 같은 3%였다.

특히 TK(대구경북) 표심의 변화가 컸다. 안 후보는 지난주 48%의 지지율로 TK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이번 주엔 23%로 반 토막이 났다. 반면 지난주 8%에 불과했던 홍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이번 주 26%로 3배 이상으로 급상승하며 홍 후보가 1위로 올라섰다. 문 후보는 24%였다. 세 후보 모두 오차범위(±3.1%포인트)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보수 정당 후보들이 약세를 보이면서 한동안 안 후보를 지지했던 보수층의 일부가 다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열리는 TV토론에서는 ‘주적(主敵)’ 논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회고록 논란 등 안보 이슈가 불거질 것으로 보여 보수층의 표심이 더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 안보 이슈 부상에 곤혹스러운 安

안 후보는 송민순 회고록 파문을 예의주시하며 보수층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안 후보는 21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주적’ 논란과 관련해 “현재 국방백서에 적으로 규정돼 있는 것은 북한밖에 없다”며 “(적과 주적은) 사실상 같은 개념”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 후보는 19일 2차 TV토론회에서 ‘북한이 주적이냐’는 질문에 “국방부가 할 일이지, 대통령이 될 사람이 할 대답이 아니다”라며 답을 피했다.

안 후보는 대선 이후 정치권의 대변화를 예고하며 국정 운영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제가 집권하면 빅뱅이 일어날 것이다. 현재 정당별 의석수는 무의미해질 것”이라며 ‘39석 정당 한계론’을 넘어서려 했다. 안 후보가 당선되면 자연스럽게 민주당 비문(비문재인) 진영,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의 일부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또 안 후보는 이날 울산과 부산 유세에서 “대한민국은 학생들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다. 48개 나라 중 47등”이라며 “교육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지율이 부진한 청년층·학부모세대를 공략하려는 것이다. 민주당의 네거티브 문건과 관련해선 “민주당에서 온갖 중상모략 흑색선전을 조직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해왔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국민을 적폐라 말하는 계파 패권주의 정치, 이제는 끝장내야 한다”고 문 후보에게 각을 세웠다.

안 후보 측은 기존 TV광고와 달리 후보의 얼굴이 등장하지 않는 파격적인 TV광고를 22일부터 방영하며 ‘혁신’ 이미지를 강조할 예정이다. 이 광고는 안 후보의 선거 벽보 제작에 조언을 한 광고전문가 이제석 씨 작품이다.

○ 보수층 결집 집중하는 洪

홍 후보는 보수층 결집에 집중하고 있다. 지지율 상승세인 ‘보수의 심장’ TK 지역에서 동남풍을 일으켜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홍 후보는 21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 닷새 만에 두 번째 TK를 방문했다.

홍 후보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집권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정한 재판을 받도록 하고 탄핵의 진실도 밝혀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서는 “사면이라는 것은 재판이 확정된 다음의 일”이라며 “무죄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사면 운운하는 것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안, 유 후보와의 단일화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홍 후보는 “영남 지역에 가보면 유 후보와 단일화하면 투표장에 가지 않겠다는 분이 훨씬 많고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해) 이념과 정체성이 다른 정당이 같이한다는 것은 정치 도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는 토론회 직후에는 경북 포항, 경주, 영천을 차례로 방문했다. 그는 포항 유세에서 “좌파 세 사람, 우파 한 사람이 붙은 선거에서 못 이기면 포항 사람들, 보수 우파들은 (포항의) 형산강에 뛰어 들어가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홍 후보는 앞서 선거운동에서 “당당하게 홍준표를 찍고 안 되면 같이 죽자” “우파가 패배한다면 낙동강에 빠져 죽자”는 표현을 써 ‘막말’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홍 후보는 “이순신 장군의 ‘생즉사 사즉생(生則死 死則生)’도 죽자는 얘기다. 이순신 장군도 막말을 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정우택 상임중앙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홍 후보의 화법에 대해 “코카콜라보다 더 시원한 청량감이라 ‘홍카콜라(홍준표+코카콜라)가 아니냐’ 이렇게 말씀해 주시는 분도 있다”고 했다.

울산·부산=황형준 constant25@donga.com / 송찬욱·강경석 기자
#대선#안보#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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