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완준]美-中 역사 오도에 우물쭈물하는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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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국제부
윤완준·국제부
21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영문판)는 ‘한국이 지나치게 중국과의 역사적 관계에 민감하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중 정상회담에) 참여하지 않은 서울(한국을 지칭)은 트럼프의 몇 마디 말로 중국과 외교적으로 대립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6, 7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밝힌 것에 대한 한국민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폄훼한 것이다.

이 신문은 “어떤 한국인들은 고대 한중 간의 관련성을 모두 지우길 원한다. 중국이 무조건 그들의 역사 해석을 존중하기를 원한다”며 “(하지만) 양측(한중) 역사가들은 (한반도와 중국의 역사적) 관계의 본질에 대해 다른 의견들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는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국민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홈페이지에 올린 전문에서는 뺐다. 논란이 더 확산되는 것이 중국의 국익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입을 다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 시간) “트럼프 발언의 배경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백악관은 답이 없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제 그런 말을 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말실수가 잦은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 말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중 정상이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한국 역사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된 이상 당사자인 한국 국민들은 도대체 무슨 말이 오갔는지 알 권리가 있다. ‘끼지 못한 너희는 가만있으라’거나 무조건 쉬쉬하며 덮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특히 발언 당사자가 트럼프 대통령인 만큼 백악관은 진상을 밝힐 일차적 책임이 있다.

정부의 소극적 대응도 문제가 많다.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여러 경로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글로벌타임스는 “아직 한국 외교부가 (관련 문제에 대한 답을) 공식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다”며 “요구한다면 결례가 될 것”이라고 역으로 경고했다. 정부 내에서조차 “이 문제를 유야무야하면 강대국들이 제멋대로 우리 역사를 주무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부는 당장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라’고 양국에 당당하게 요구하라.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미중 정상회담#정부#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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