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 ‘메디 스토리’]“갑자기 두통 심할 땐 뇌동맥류 검사 받아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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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동맥류 한번 터지면 생명 위협… 혈관조영 CT로 사전에 파악해야
가족력 있거나 고혈압 환자 위험

심유식 인하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왼쪽)와 오른쪽 중대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로 수술을 받아 완쾌된 조영순 씨가 밝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심유식 인하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왼쪽)와 오른쪽 중대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로 수술을 받아 완쾌된 조영순 씨가 밝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인천 연수구에 사는 조영순 씨(51)는 2월 초 잠자리에 들기 전 세수를 하려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어깨에서부터 통증이 시작되더니 머리가 깨질 것 같고 다리가 풀렸다. 평생 처음 겪어보는 아픔이었다. 그는 아들에게 “죽을 것 같아. 119 좀 불러”라고 소리쳤다. 구급차에 실려 간 동네 병원에서 조 씨는 컴퓨터단층촬영(CT)을 했다. 뇌출혈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들었다. 즉시 인하대병원 인천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돼 뇌동맥류(瘤) 결찰술(結紮術·금속 클립으로 혈관을 묶는 방법)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조 씨의 병명은 ‘오른쪽 중대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 그는 “살면서 크게 아팠던 기억도 없고 감기에 걸려도 금방 낫는 편이었다”며 “골프와 걷기, 계단 오르기를 자주 했고 채소나 과일 위주로 먹는 식습관도 좋은 편이어서 뇌출혈로 쓰러질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조 씨는 뇌동맥류 수술을 받고 입원 11일 만에 퇴원했다. 주치의인 심유식 인하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동맥류는 한 번 터지면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에 ‘머릿속 시한폭탄’으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뇌동맥류가 터져 뇌출혈이 발생한 환자는 한 해 5300여 명에 이른다. 뇌는 하는 일만큼이나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심장에서 보내는 전체 혈액의 약 15%는 목 속에 있는 두 쌍(총 4개)의 동맥을 통해 뇌로 우선 전달된다. 뇌동맥류는 대개 40세 이후 생기기 시작한다. 100명 중 2∼5명꼴로 있다. 발견된 뇌동맥류의 1% 정도가 출혈을 일으킨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나 흡연자, 고혈압 환자는 위험할 수 있다.

심 교수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 30대 이후부터 꾸준히 혈관조영 CT를 이용해 뇌동맥류의 이상 여부를 사전에 파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심한 두통을 경험한 사람들은 반드시 신경외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지정 ‘인하대병원 인천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의 한 축인 ‘인하대병원 뇌혈관센터’는 지역사회 뇌혈관질환 문제를 해결하는 컨트롤타워다. 24시간, 365일 교수급 전문의가 상주하는 당직 체계를 바탕으로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수술이나 시술같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국내 대학병원 가운데 드물게 혈관 조영기기를 2대나 갖춰 응급환자 발생 시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의료진과 직접 전화로 연결할 수 있는 지역 병·의원 ‘핫라인’도 운영하고 있다. 응급환자 발생 때 신속하게 진단해 진료나 치료 방법을 결정할 수 있어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첨병 역할을 한다.

심 교수는 “뇌혈관질환에는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얼마나 빠른 시간에 전문적이고 적절한 통합치료가 이뤄지는가가 환자의 예후(豫後)를 결정한다”며 “인하대병원 뇌혈관센터는 신경과와 신경외과가 협력해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전문 교수들이 직접 진단과 치료를 결정해 골든타임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인하대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한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 6회 연속 1등급을 획득하며 뇌혈관질환의 중심 병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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