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 노동착취 정책 일파만파..반성없이 '고발자 색출'에 혈안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4월 20일 15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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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의 등대'로 불리우며 개발자 노동 강도가 가장 높은 회사로 유명한 위메이드가, 아예 노동법을 무시할만큼 비 인간적인 사내 정책을 공지해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 위메이드의 사내 정책은 정의당 등 정치권에서 게임업계의 높은 노동 강도를 예의주시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정치권과의 마찰도 불사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해 향후 법적인 추가 재제가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된다.

위메이드 아이오 PPT 발표 사진(사진제공 = 익명의 제보자)
위메이드 아이오 PPT 발표 사진(사진제공 = 익명의 제보자)

지난 4월19일, '이카루스M'을 개발 중인 위메이드의 자회사 위메이드 아이오는 새로 만들어진 사내 규칙을 사원들에게 공지했다.

이 공지의 골자는 고강도 업무 집중 기간인 크런치 기간 동안 야근 및 특근을 강제하겠다는 것. 공지된 내용을 보면 5월5일과 10월 3일부터 5일까지 추석연휴 3일간을 제외하고 토요일과 공휴일, 선택적이라고는 하나 심지어 일요일까지 9시간 이상 근무를 강제하고 있다. 여기에 연내에 게임이 출시되지 않을 경우 수당을 반납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명시됐다. 현 근로계약법에는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수당 반납은 개인의 동의가 없다면 불법이다.

위메이드 아이오 PPT 발표 사진(사진제공 = 익명의 제보자)
위메이드 아이오 PPT 발표 사진(사진제공 = 익명의 제보자)

이러한 수당 반납과 함께 개발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문제는 크런치 모드의 기간이다. 크런치 기간은 게임업계에서는 출시 직전이나 서비스 직전에 긴급적으로 업무를 집중화하는 기간인데, 다른 회사는 길어도 2개월 내로 정해지는 반면 이번 위메이드 아이오에서는 4월부터 오는 11월까지 약 7개월간 크런치 모드에 돌입하는 것으로 공지했다. 1년의 3분의 2이상을 크런치 모드로 설정하면서 개발자들을 옥죄겠다는 것인데, 이만큼 크런치 기간을 늘린 게임사는 위메이드가 유일하다.

이 공지가 게임업계에 퍼지자 위메이드 측은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의도와 다른 오해라는 식의 답변이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특정개발팀에서 열심히 일하겠다는 좋은 의도로 시작한 것인데, 문제가 있으면 보완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본지의 취재 결과, 위메이드 내에서는 이번 정책과 관련하여 반성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발자를 색출해서 처리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보자의 상세한 설명(제공=익명의 제보자)
제보자의 상세한 설명(제공=익명의 제보자)

한편, 이번 위메이드 아이오의 고강도 업무지시 공지와 관련해 과거 위메이드의 비 인간적인 행보도 재차 주목받고 있다.

위메이드는 2013년 판교 테크노밸리로 본사를 이전했다. 이후 새벽까지 개발자들에게 개발을 종용하는 임원진 때문에 사무실의 불이 꺼지지 않아 '판교의 등대'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새벽 시간에 위메이드 건물 앞에 택시가 줄을 서있는 것이 당연하다시피 했으며, 새벽 5시에 퇴근한 직원이 정시 출근하는 일 등 비인간적인 노동 행태로 명성을 쌓았다.

더 큰 문제는 고강도의 업무를 통해 게임을 출시한 개발자들이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하고 대부분 구조조정 당했다는 부분이다. 위메이드에서는 게임 출시와 동시에 개발자들이 대량으로 해고된 사례가 많았는데, 개발자들은 이를 사내의 치열한 정치싸움과 '보상을 주지 않기 위한 편법'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위메이드는 지난 2015년 9월에 499명이었던 인원을 400명 가까이 내보내며 99명만 남는 등 수많은 실업자를 양산한 반면, 위메이드 박관호 의장은 이번 주주배당에서도 48억733만 원의 배당금을 챙기는 등 비인간적인 행보로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위메이드 로고(출처=게임동아)
위메이드 로고(출처=게임동아)

이러한 행보에 게임업계도 탄식하고 있다. 노동 환경 개선 등 자정에 나선 게임업계의 노력에 정면으로 찬물을 끼얹는 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19일, 대통령 후보자 TV 토론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IT업계의 높은 노동강도를 꼬집어 '오징어잡이배'라는 표현을 쓰는 등 대선주자 마저 IT 업계의 노동 현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 시국에 노동 문화 개선을 역행하는 크런치 모드 도입을 꼭 했어야 하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으며, 위메이드의 역행에 가까운 결단이 또 한번 게임업계로 불똥이 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광민 기자 jgm21@donga.com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학동 기자 igela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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