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전곡 연주… 백건우의 ‘끝없는 여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10년만에 32곡 8회 걸쳐 완주 재도전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처음 피아노를 시작할 때 가르쳐 줄 스승이 없어 스스로 해결해야 될 문제가 정말 많아 후회한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빈체로 제공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처음 피아노를 시작할 때 가르쳐 줄 스승이 없어 스스로 해결해야 될 문제가 정말 많아 후회한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빈체로 제공
“음악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는 문제인데….”

‘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71)는 말문을 열다 답답한 듯 숨을 골랐다. 그는 18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2007년 일주일에 걸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 이후 10년 만의 도전이다. 3월부터 전국을 돌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공연을 하고 있는 그는 9월 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8회에 걸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에 나선다.

그는 올해 초 정치적 이유로 중국 공연이 취소되는 상황을 겪었다. 3월 18일 중국 구이저우 성의 구이양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예정이었지만 출연이 취소됐다.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조치로 보고 있다. 그는 2000년 중국의 초청을 받은 첫 한국인 연주자이기도 하다.

“외교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생각을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런 조치도 사라질 것이라 생각해요. 구이양 오케스트라 측에서도 최대한 빨리 다시 초청하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의 이름은 ‘끝없는 여정’이다. 10년 전과 현재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하는 것은 그에게 확실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현재도 곡들이 새롭게 느껴져요. 전에 보이지 않았던 정경이 보이고, 소리가 들리고, 드라마가 이해가 돼요. 그만큼 앞으로도 계속 탐구하고 연구해야 할 곡 같아요.”

서울 외에도 그는 대구 대전 울산 등 전국 21개 공연장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들려주고 있다. 오랫동안 그는 지방 공연에 애착을 보여왔다.

“30년 전 귀국했을 때 국내에서 연주하는 곳은 항상 정해져 있었어요. 지방에도 클래식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왜 서울에서만 연주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지방 공연을 가게 됐죠. 이번에도 전국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함께할 수 있어 기뻐요.”

나이가 들수록 연주가 섬세해지면서 연습을 더 하게 된다는 그는 “음악 외에 특별한 욕심이 없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제 연주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연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에 와서야 편하게 피아노를 다루고, 표현에 자유롭고, 더 음악과 가까워진 것 같아요.”

앞으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는 그는 간담회 내내 한곳을 자주 응시했다. 바로 아내 윤정희 씨(73)가 앉아 있는 곳이었다. “아내는 제 음악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입니다. 가장 엄격한 비평가이거든요.(웃음)”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백건우#베토벤 소나타#끝없는 여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