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진 괴담’ 알고보니… 도박사이트 홍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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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원인모를 악취 신고때 까마귀떼 영상 올려 “지진 전조”
SNS계정 200만건 조회 유도
경찰, 허위사실 유포 혐의 4명 입건

까마귀가 하늘을 무리지어 날아다니는 모습.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은 홍보를 위해 이런 사진을 이용해 괴담을 만들어 유포했다. SNS 화면 캡쳐
까마귀가 하늘을 무리지어 날아다니는 모습.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은 홍보를 위해 이런 사진을 이용해 괴담을 만들어 유포했다. SNS 화면 캡쳐
‘실시간 부산 바다 상황, 쓰나미 징조’ ‘부산 까마귀 떼 출몰, 진짜 지진 전조인가?’

지난해 7월 부산은 지진 공포로 술렁거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퍼진 두 게시물이 발단이었다. 해변까지 올라와 파닥거리는 물고기 떼, 하늘을 가득 덮은 까마귀 떼 영상을 각각 증거라며 제시한 게시물이 일으킨 괴담은 독버섯처럼 번져 나갔다.

앞서 같은 달 5일 울산 인근 해안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21일 부산에선 원인을 알 수 없는 악취가 진동해 시민 신고가 빗발쳤다. 평소 같으면 황당한 장난으로 치부될 글이 ‘정말 대지진이 오려나’ 하고 솔깃하게 들렸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SNS 게시물은 치밀하게 기획된 가짜 뉴스 성격의 ‘홍보물’이었다.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18일 인터넷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 홍보를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 등)로 이 사이트 홍보팀장 이모 씨(25)를 구속하고 김모 씨(25)를 비롯한 3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필리핀에 사무실을 둔 이들은 게시물 하단에 도박 사이트를 소개하는 글과 사이트로 연결되는 SNS 계정을 넣어 홍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쓴 까마귀 떼, 물고기 떼 영상은 수년 전 울산과 경북 울진에서 누군가가 각각 찍어 인터넷에 올린 것이었다. 이들은 범행을 위해 팔로어가 수만 명인 SNS 계정을 사들였다. 또 스스로 여러 SNS 계정을 만들어 전방위로 ‘친구 맺기’를 해놓았다. 이 결과 까마귀 떼 영상은 SNS에서 조회수 200만 회에 달했다.

한편 국민안전처, 환경부 등의 민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당시 악취는 도시가스에 주입되는 부취제(附臭劑·가스에 넣어 냄새를 나게 해 누출 등을 알 수 있도록 하는 물질)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부산#지진#악취#도박사이트#까마귀#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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