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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절밥이 특별히 맛있는 건 재료에 대한 집중력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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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절밥이 특별히 맛있는 건 재료에 대한 집중력 덕분”

손택균기자 입력 2017-04-18 03:00수정 2017-04-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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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사찰음식 제철 재료 기행서 ‘스님, 절밥은…’ 펴낸 박찬일 셰프
박찬일 요리사는 “절밥을 먹다가 할머니 손맛의 기억이 살아나 깜짝 놀란 적이 있다”며 “불교사찰이 생활공간으로 한옥의 원형을 지켜냈듯, 사찰음식은 우리 음식이 지녔던 ‘몸과 마음을 위한 음식’의 본질을 지켜 왔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TV 채널마다 요리사 얼굴이 가득한 시대. 최근 신간 ‘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불광출판사)를 낸 박찬일 씨(52)는 이런 시류를 거스르는 스타 요리사다. TV에 거의 출연하지 않지만 그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와 종로구의 양식당, 지난달 새로 연 광화문 국밥집 앞에는 늘 긴 줄이 선다.

“말을 까칠하게 하니까 TV에서 안 부르는 듯하다”는 박 씨는 기자 출신 요리사다. 8년간 한 잡지사에서 일하다가 33세 때 이탈리아로 떠나 요리를 배웠다. 인터뷰 내내 그는 말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을 철저히 구분했다. 불친절한 듯하지만 어정쩡함 없는 담백함을 품은 그의 요리와 닮은 말투였다.

“여러 계기로 사찰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커 가던 터에 월간지 ‘불광’에서 사찰음식 기획을 제안해 식재료 기행을 시작했다. ‘고기와 조미료를 쓰지 않는데도 절밥은 왜 맛있을까?’ 책 제목 그대로의 호기심이었다. 3년간 각 사찰 주방담당 스님 열세 분과 함께 그분들이 사용하는 재료 산지를 찾아갔다.”

초봄의 충남 서산 냉이밭에 나란히 앉은 박찬일 요리사(왼쪽)와 금수암 대안 스님. 불광출판사 제공
계절별로 4개 장(章)을 나눠 그 시기 제철 재료를 소개했다. 봄에는 지리산 금수암 대안 스님과 함께 충남 서산 밭이랑에 앉아 갓 캔 냉이를 장작불에 전 부쳐 먹었다. 여름에는 경기 평택 수도사 적문 스님과 함께 되직한 옥수수 장떡을 빚었다. 가을엔 경주 보광사 보명 스님의 뜨끈한 늙은호박범벅을, 겨울에는 경기 이천 마하연 우관 스님의 두부장아찌를 맛봤다.

단순명료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사찰음식 조리법을 각 장 말미에 소개했다. 솔잎가루와 물에 불린 생쌀만 먹으며 참선했다는 성철 스님에 대한 기억만 막연히 품고 있던 문외한에게는 놀랄 만큼 다채로운 메뉴다. 박 씨는 “수행자는 언제나 짠지 하나 나물 하나만 먹어야 한다는 건 폭력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스님들에게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다. 과식하지 않는 건 당연하지만 절식 습관은 음식에 대한 감수성을 예민하게 만든다.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에 대한 고민은 중요한 종교적 사유 중 하나다. 우리는 왜 태어났으며 왜 삶을 영위해야 할까. 그렇게 고민하면서도 음식으로 생을 지탱한다. 식욕에 대한 고민과 대응은 종교적 수행의 한 형태다.”

소개한 음식들이 평범하면서도 특별해 보이는 건 현재 이 땅의 도시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수십 년 전에 매일 먹던 음식이 옛 맛을 지키며 남아 있도록 해준 데서 특히 사찰음식의 가치가 빛난다는 것이 박 씨의 생각이다.


“스님들 음식의 각별함은 ‘재료에 대한 집중력’에 있다. 쓸 수 있는 재료는 뭐든 먹음직하게 조리해 상에 올리려는 의지. 요즘 요리사들은 구하기 쉽고 맛 내기 용이한 재료의 한계를 정해 놓는다. 절밥 짓는 스님들에게는 그런 한계가 없다. 없는 형편에 산과 들에서 따온 것을 어떻게든 먹음직하게 해 먹이려 애쓰던, 우리 옛 어머니들의 밥상이 사찰음식에 있었다.”

봄철 사찰음식으로 그는 말린 냉이 차를 권했다. “몸에 도움이 되는, 몸을 낫게 하는, 당연하지만 잊고 있는 우리 음식의 가치를 품은 재료”라며.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박찬일#사찰음식#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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