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9년 태어난 118세 최고령 할머니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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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19세기人’ 엠마 모라노씨 매일 달걀 3개와 닭고기 먹어
모친-자매도 90세 넘긴 장수가족

인류 중 유일하게 19세기에 태어난 최고령자였던 이탈리아 여성 엠마 모라노 씨가 15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118세. 외신들은 1899년 11월 29일생인 고인이 생전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었고 이탈리아 정부가 90번 이상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고인 출생 4년 뒤 라이트 형제가 처음으로 하늘을 날았다.

AP통신은 고인이 이날 오후 이탈리아 북부 도시 베르바니아 자택에서 안락의자에 앉은 채 눈을 감았다고 주치의 카를로 바바 씨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별세하기 하루 전에 고인을 만났다는 바바 씨는 “고인은 평소처럼 나의 손을 잡고 감사하다고 말했다”며 “고인은 (죽음에 임박해서도) 고통을 겪지 않았다. 그가 고통 없이 평온하게 마지막을 보낸 것에 나는 감사할 뿐”이라고 밝혔다. 고인은 최근 몇 주간 말수가 줄고 잠이 늘었으며, ‘점차 영면으로 향했다’고 바바 씨는 전했다.

바바 씨가 14일 마지막으로 본 고인은 평소처럼 날달걀과 비스킷을 먹었다. 고인은 90년 넘게 매일 달걀 3개와 닭고기를 주로 먹었고, 채소나 과일은 거의 먹지 않았다고 한다. 모라노 씨는 20대 초반 빈혈 진단을 받은 뒤 이런 식습관이 생겼다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모라노 씨는 또 고령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쿠키를 정말 좋아해 베개 밑에 쿠키를 숨겨 다른 사람들이 먹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어떤 의사들은 이런 식습관이 위험하다고 했지만 고인은 무시했다. 유전적 요인도 있었다. 고인의 어머니도 91세까지 장수했고 고인의 자매들도 100세 가까이 살았다.

고인은 생전 인터뷰에서 또 다른 장수 비결로 폭력적인 남편과 일찌감치 헤어진 것을 꼽았다. 파시즘 시기에 이탈리아 여성들은 남편에 대한 순종을 강요받았다. 1925년(26세) 결혼했지만 1938년 생후 6개월 된 아들이 사망한 뒤 남편이 떠나 홀로 살았다. 모라노 씨는 생전 인터뷰에서 “남편과 헤어진 뒤 누구에게도 속박당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16세 때 마대 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한 고인은 은퇴 시기를 넘겨 75세까지 호텔에서 일했다. 바바 씨는 2015년 인터뷰에서 “그는 항상 매우 결단력이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모라노 씨는 지난해 생일 때 “내가 117번째 생일을 맞아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모라노 씨의 고향인 베르바니아 시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그는 매우 비범한 삶을 살았다. 우리 삶을 항상 진취적으로 살도록 해준 그녀의 강인함을 우리는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인의 별세 뒤 세계 최장수자는 1900년생인 자메이카인 바이올렛 브라운 씨(117)라고 영국 BBC가 전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마지막 19세기인#엠마 모라노#장수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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