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4명 뒤엉킨 佛대선… “누가 결선 갈지 아무도 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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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대선 6일 앞으로]1∼4위 지지율 3%P 差 박빙
좌우 이념-정책 경계도 불분명… 극우 르펜-극좌 멜랑숑 결선 갈수도
佛국민들 극단주의 집권 불안감

1962년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은 대선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했다. 1차 투표에서 한 후보가 득표율 50%를 넘지 못하면 1, 2위 후보가 결선 투표를 벌여 승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반짝 인기를 끄는 극단주의자들이 정권을 잡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극단주의자들의 집권을 저지하고자 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화국 전선’이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선 “1차 투표에서는 심장(heart)으로 선택하고 2차 투표는 머리(head)로 선택하라”는 말이 있다. 2002년 극우성향의 국민전선(FN) 장마리 르펜 후보가 예상을 깨고 선전하며 2위로 1차 투표를 통과했지만 결선에서 20%도 얻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일주일 뒤 1차 투표를 치르는 이번 대선에선 극우와 극좌 후보가 결선에 진출할 가능성이 제기돼 프랑스 사회가 불안에 떨고 있다. 극단주의자의 당선을 막지 못하는 프랑스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 기성정치 불신이 불러낸 ‘극단주의 열풍’

14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 여론조사에 따르면 1∼4위의 지지율은 불과 3%포인트 차에 불과하다. FN 마린 르펜 후보와 중도 ‘전진’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22%, 극좌 연대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장뤼크 멜랑숑 후보가 20%, 우파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 후보가 19%를 각각 얻었다. 양강을 형성했던 르펜과 마크롱은 지지율이 하락세고 멜랑숑이 급상승하며 선거판이 예측불허 상황으로 바뀌었다. 르몽드는 “4명 중 누가 결선에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을 선거”라고 전했다.

특히 극좌 후보 멜랑숑과 극우 후보 르펜의 동반 결선 진출 시나리오는 공포의 대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가에서는 이 시나리오를 재앙이라고 부른다”고 보도했다.

멜랑숑은 △월 3만3000유로(약 4000만 원) 이상 근로자에게 세금 90% 부과 △주당 노동시간 32시간으로 축소 △유급휴가 6주로 연장 △공공일자리 20만 개 늘리기 등 ‘장밋빛 공약’을 내걸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뿐 아니라 글로벌 자본주의의 선봉인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탈퇴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르펜은 반(反)이민을 앞세운 극우 극단주의를 보여준다. 이민자를 매년 1만 명으로 제한하겠다는 이민 쿼터제를 기본으로 외국인들에게 주어졌던 의료·교육 혜택을 박탈해 프랑스 노인과 장애인을 위해 쓰겠다고 약속했다.

이 두 후보의 공통된 지지층은 청년들이다. 네 명 중 한 명이 실업자인 청년들의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있기 때문이다.

○ 이념 특징 무너진 3대 이슈

이번 프랑스 대선의 특징은 우파 공화당, 좌파 사회당으로 이념의 구분이 뚜렷했던 기존 선거 공식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번 프랑스 대선 3대 이슈인 이민, 유럽연합(EU), 경제 재건 이슈 모두 후보별로 성향이 뒤죽박죽이다.

이민자의 수를 제한하는 쿼터제에 대해 르펜과 피용은 찬성하고 마크롱과 멜랑숑은 반대한다. EU의 미래에 대해선 극좌와 극우가 통한다. 르펜은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처럼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멜랑숑도 각국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EU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피용은 확장보다는 내실을, 마크롱은 EU 통합을 더 강화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 분야에 있어 피용과 마크롱은 대체로 친기업적 성향이다. 반면 극우 성향 르펜의 공약에 친노동자적 성향이 강한 게 눈에 띈다. 르펜과 멜랑숑 모두 62세인 은퇴 연령을 60세로 낮추고 그때부터 연금을 모두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멜랑숑이 철저히 복지 중심의 좌파 논리에 충실하다면 르펜은 기업의 법인세를 인하하는 등 기업의 부담도 줄이는 공약을 내 포퓰리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일주일 앞두고 남은 1차 투표의 변수는 투표율이다. 파리정치대 정치연구소(Cevipof) 조사에 따르면 35세 이하 프랑스 유권자 가운데 1차 투표에 참가하겠다는 비율은 57%로 전체 평균(66%)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낮다. 젊은층의 지지율이 높은 르펜과 멜랑숑이 불리한 대목이다. 그러나 르펜의 힘은 확고한 지지층에서 나온다. 르몽드 조사에 따르면 르펜 지지층의 충성도는 85%로 압도적인 1위다. 30%에 달하는 부동층도 선거 예측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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