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태극기 표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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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밀어야 文당선 저지”
“홍준표 띄워야 安도 우클릭”
“민노총과 싸울 후보는 洪”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한 이른바 ‘태극기 표심’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의 지지율 정체로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졌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를 막기 위해 ‘안철수 밀어주기’냐, 확실한 ‘우파 대통령’이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모습이다.

대표적 우파 논객인 조갑제 씨는 14일 조갑제닷컴에 쓴 ‘보수는 이미 목표를 수정했다’는 글에서 “한국의 보수층 다수는 위험한 좌파 문재인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덜 위험한 중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민다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면서 “안철수로 넘어간 보수층을 ‘의리 없다’고 비난만 하고 있다가는 떠나 버린 버스를 영원히 타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안 후보에 대한 전략적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반면 ‘정규재 TV’ 진행자인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고문은 “홍준표야말로 민주노총, 전교조와 싸울 줄 알고 대통령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인물”이라며 보수층의 안 후보 지지 흐름을 비판했다.

태극기 집회의 한 축이었던 서경석 목사는 ‘제3의 길’을 주창했다. 그는 “우파 후보의 지지율을 높여야 안철수가 위기를 느껴 훨씬 더 우편향으로 돌아설 것”이라며 “우파 주도의 우파-안철수 연합정권을 세우자”고 말했다.

이런 양상을 두고 정치권에선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강한 강경 보수층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했다. 안 후보의 정체성에 대해 불안을 느끼면서도 문 후보의 당선 가능성만 높일까 봐 홍 후보를 무작정 선택할 수 없는 현실을 말하는 것이다. 또 ‘안철수 밀어주기’가 보수의 재건에 이득이 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안 후보 지지가 불확실한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홍 후보는 안 후보에게 빼앗긴 보수 표심을 되찾아 오는 게 시급하다고 보고 이날 1박 2일 일정으로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 지역을 찾았다. 그는 “대북관, 기업관을 종합해 보면 안 후보는 ‘강남좌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친북좌파 후보가 싫다고 해서 강남좌파를 찍어주면 안 된다. 보수 적통 후보가 있는데 강남좌파를 찍으면 비겁한 보수”라고 홍 후보는 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송찬욱 기자
#태극기 표심#대선#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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