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의 뉴스룸]한국에겐 너무 먼 ‘시리아의 고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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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형 국제부 기자
이세형 국제부 기자
알란 쿠르디, 옴란 다끄니시, 아흐마드와 아야 유세프.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시리아 어린이들이다. 좀 더 정확히는, 2011년 3월부터 시작돼 31만여 명이 숨졌고, 480만여 명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알린 ‘슬픈 아이콘’들이다.

2015년 9월 터키 해변에서 마치 자고 있는 듯한 모습의 주검으로 발견돼 전 세계를 가슴 아프게 했던 꼬마 난민 알란(당시 3세)은 잠시나마 유럽의 냉소적인 난민 수용 정책을 개선했다. 시리아 알레포 주에 사는 옴란(6)은 지난해 8월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은 건물 안에 있다가 먼지를 뒤집어쓰고 피범벅이 된 채 구급차에 실렸다. 울지도 않은 채 무표정으로 앉아 있던 옴란의 모습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 전 세계를 슬픔에 빠뜨린 시리아 어린이는 쌍둥이 남매인 아흐마드와 아야. 생후 9개월째였던 이들은 이달 초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으로 사망했다. 남매의 아버지가 “아가야, 안녕이라고 말해 봐”라고 울먹이는 장면은 많은 사람을 울렸다.

시리아 어린이들의 참혹한 모습이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지향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분쟁 개입을 자제한다는 원칙을 깨고 이달 6일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한국에서 시리아 내전은 여전히 다른 세상의 이야기다. 처참한 아이들의 사진과 이야기가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질 때 잠시 화제가 될 뿐이다. 시리아 내전에 대한 무관심은 국내에서 진행된 시리아 난민을 위한 모금 사업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유엔 산하 어린이 후원 기구인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2015년 개발도상국(개도국) 어린이를 위한 지정 사업비 중 시리아 대상 후원금은 약 5억8000만 원으로 당시 대지진을 겪은 네팔 후원금(50억5000만 원)의 약 12%에 불과했다. 국제구호단체인 굿네이버스도 2013년 시리아 난민 지원금으로 약 1억6000만 원을 모금하는 데 그쳤다. 다른 종류의 모금 사업은 물론이고 1994년 진행된 ‘르완다 내전 난민 구호사업’(약 2억 원 모금)에 비해서도 아쉬운 성과다. 이일하 굿네이버스 이사장은 “기대했던 것보다 시리아 내전에 대한 관심이 적다”며 “한국도 전쟁의 상처를 크게 입었던 만큼 지금부터라도 시리아 난민에 대한 관심을 더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제력과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이 커지며 정부와 민간의 국제구호활동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그러나 ‘경제성장 노하우 전수에만 적극적이다’ ‘주변을 벗어난 지역에서 발생하는 이슈에는 관심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정부군 공습으로 다시 시리아 내전이 국내에서도 화제다. 시리아 내전으로 어려움을 겪는 민간인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은 국제구호활동의 저변을 넓히고, 새로운 의미를 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의 국제구호활동이 20세기 최악의 내전 중 하나로 꼽히는 르완다 내전 때부터 시작됐다는 것도 21세기 최악의 내전으로 평가받는 시리아 내전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 중 하나다.
 
이세형 국제부 기자 turtle@donga.com
#시리아#꼬마 난민 알란#난민 수용 정책#미국 우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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