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5만 관중, 우리 응원한다 생각하고 뛰었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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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본선티켓 획득 윤덕여호 귀국
윤감독 “소음훈련 등 철저한 준비 덕분… 평양 재방문 감상 잊고 경기 집중 노력”
센추리클럽 기념 트로피 받은 조소현… 동료들 “춤춰라 춤춰라”하자 코믹댄스
북한전 몸싸움 앞장섰던 임선주 “우리가 이기자 하니, 北은 죽이자 외쳐”

캡틴의 댄스 댄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북한 평양에서 열린 2018 아시안컵 B조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한 뒤 13일 김포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이번 대회에서 A매치 100번째 경기를 기록한 조소현(가운데)은 이날 센추리클럽 가입을 기념하는 트로피와 꽃다발을 받았다. 조소현이 “춤 한번 춰라”는 동료들의 성화에 팬들 앞에서 기쁨의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캡틴의 댄스 댄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북한 평양에서 열린 2018 아시안컵 B조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한 뒤 13일 김포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이번 대회에서 A매치 100번째 경기를 기록한 조소현(가운데)은 이날 센추리클럽 가입을 기념하는 트로피와 꽃다발을 받았다. 조소현이 “춤 한번 춰라”는 동료들의 성화에 팬들 앞에서 기쁨의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김호곤 단장(66·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윤덕여 감독(56)이 모습을 드러내자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 이후 ‘캡틴’ 조소현(29·인천 현대제철)을 필두로 선수들이 등장했다. 큰 박수가 터졌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하고 귀국했을 때보다 언론의 관심이 더 큰 것 같다”며 웃었다. 13일 오후 김포공항 입국장에는 1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평양에서 북한을 제치고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본선 티켓을 거머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활짝 웃으며 돌아왔다. 한국은 3일부터 11일까지 열린 아시안컵 B조 예선에서 북한과 같은 3승 1무(승점 10)를 기록했지만 골득실(한국 +20·북한 +17)에서 앞서 1위를 차지해 한 장뿐인 본선 티켓을 차지했다. 대표팀은 당초 이날 새벽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평양에서 중국 베이징으로의 출발이 늦어지는 바람에 일정을 미뤘다. 영국으로 떠난 지소연(26·첼시FC)을 뺀 선수단 전원이 귀국했다.

평양에서 열린 2018 아시안컵 B조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해 한 장뿐인 본선 진출 티켓을 따낸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 윤덕여 감독이 13일 선수단과 함께 김포공항으로 귀국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평양에서 열린 2018 아시안컵 B조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해 한 장뿐인 본선 진출 티켓을 따낸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 윤덕여 감독이 13일 선수단과 함께 김포공항으로 귀국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윤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소음 훈련을 하는 등 준비를 철저히 했던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 1990년 남자 대표팀 선수로서 남북 대결을 한 뒤 27년 만의 평양 방문이라 감회가 새로웠지만 감상은 잊고 경기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강적 북한과의 평양 대결에서 승리한 선수들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귀국과 동시에 오규상 한국여자축구연맹 회장으로부터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 기념 트로피를 받은 조소현은 동료들이 “춤 춰라! 춤 춰라!”를 외치자 곧바로 코믹 댄스를 선보여 웃음을 줬다. 조소현은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에 북한과는 신경전이 더 치열했던 것 같다. 북한과의 경기에서 상대 선수가 골키퍼 (김)정미(33·현대제철) 언니를 고의적으로 가격한 게 눈에 보여 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상대 선수들과 몸싸움을 했다”고 말했다. 몸싸움에 앞장섰던 임선주(27·현대제철)는 “경기 전부터 기 싸움이 치열했다. 우리가 ‘이기자’라고 했더니 북한 선수들은 ‘죽이자’라고 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실상의 결승전이었던 6일 북한과의 경기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던 장슬기(23·인천 현대제철)는 “원래 직접 골을 넣으려던 게 아니라 패스 연결을 하려 했던 건데 운이 좋았다(웃음). 언니들이 김일성경기장의 5만 관중이 우리를 응원한다고 생각하며 뛰라고 해 그렇게 했다”며 신세대다운 소감을 밝혔다.

‘평양 투혼’을 제대로 보여준 ‘윤덕여호’는 이제 2019 프랑스 월드컵을 향해 달린다. 내년 4월 요르단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본선에서 8개국 가운데 5위 안에 들면 2003년 미국, 2015년 캐나다 대회에 이어 세 번째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 윤 감독은 “내년 아시안컵이 열릴 때까지 WK리그를 통해 가능성 있는 선수 발굴에 나설 것이다. 14일 개막하는 WK리그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평양 투혼#윤덕여#조소현#장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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