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자’ 문화재 지정 결국 부결… 7년논란 마침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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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委, 보류 예상 깨고 결정
“출처-구입경로 명확하지 않아 세계 最古 금속활자로 볼수 없어… 추가 증빙자료 나오면 다시 조사”

일각에서 불교 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라고 주장해 온 ‘증도가자’. 동아일보DB
일각에서 불교 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라고 주장해 온 ‘증도가자’. 동아일보DB
가장 오래된 고려시대 금속활자로 거론된 ‘증도가자(證道歌字)’는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약칭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로 볼 수 없다고 문화재위원회가 결론을 내렸다. 증도가자는 증도가를 인쇄한 금속활자를 가리키는 말로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1377년)보다 138년 이상 앞선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문화재위원회는 13일 “서체 비교, 주조, 조판 등 과학적 조사 결과 증도가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못 박았다. 이로써 증도가자를 둘러싸고 7년 동안 이어진 국가문화재 지정 논란은 마침표를 찍게 됐다.

문화재청은 이날 “문화재위원회(동산문화재분과)가 증도가자에 대한 국가문화재 지정 심의 결과 부결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증도가자 재검증을 진행한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이 ‘지정 보류’ 의견을 냈지만 문화재위원들이 부결을 전격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정 보류가 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뒤엎고 문화재위원들이 부결을 결정한 건 증도가자 진위 논란이 7년을 끌고 있는 데다 2013년에도 문화재위에서 보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문화재위 관계자는 “1년 반이나 재검증을 거치고도 또다시 보류 결정을 내는 건 무책임하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제기됐다”고 전했다.

앞서 지정조사단은 재검증에 나섰지만 증도가자의 진위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조사기관들의 검증 결과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증도가자의 위조 가능성을 제기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검증 결과를 보도한 본보 2015년 10월 27일자 A1면.
증도가자의 위조 가능성을 제기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검증 결과를 보도한 본보 2015년 10월 27일자 A1면.
문화재청이 지난해 말 공개한 재검증 결과에 따르면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다보성고미술이 소장한 101개 금속활자에 대해 3차원(3D)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실시한 결과 인위적인 조작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국과수는 “금속활자와 증도가 목판 번각본(금속활자로 찍은 책을 목판 위에 놓고 똑같이 다시 새긴 것)의 서체 비교 결과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수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비교한 결과 금속활자와 증도가의 서체가 서로 일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사기관마다 의견이 엇갈렸음에도 문화재위가 부결을 결정한 것은 증도가자의 출처와 구입 경로가 불확실한 게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위 관계자는 “한 국가를 상징하는 국보, 보물이라면 위조나 도난품 의혹이 없도록 출처가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화재청은 “일본에서 증도가자를 구입했다”는 소장자 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추가로 받았지만 중간에 활자를 보유했다는 소유자들이 사망해 입증에 한계가 있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출토지가 분명하지 않은 데다 명문(銘文)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출처를 명확히 규명하기가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2013년 소장자가 증도가자와 함께 발견된 고려 유물이라고 주장한 청동초두와 청동수반의 소재가 불분명한 것도 부결에 영향을 끼쳤다.

한편 문화재청은 “이 활자가 고려 금속활자일 가능성은 있다”며 “이를 증빙할 수 있는 자료가 확보되면 국가문화재 지정조사를 다시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활자는 ‘증도가자’가 아닌 ‘고려 금속활자’인지를 놓고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도 출처에 관한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증도가자#남명천화상송증도가#고려시대 금속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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