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 두번하게 하네” “빨리 꺼져”… 공무원들의 ‘짜증 甲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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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부당처우 민원 6073건 분석
공공분야 31% 최다… 건설-방송順

지난해 3월 A 씨는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한 행정기관에 들렀다. 담당 공무원은 상담시간 2시간의 절반 이상을 짜증 섞인 말투로 응대했다. 이 공무원이 A 씨 뒤에 서 있던 70대 노인을 대하는 태도는 더 심각했다. 행정절차를 묻는 노인에게 이 공무원이 대답을 했지만 말이 빨라서 알아듣지 못한 노인이 다시 질문하자 “같은 말 두 번 하게 하네, 짜증나게!”라고 소리쳤다. A 씨는 “옆에서 차마 듣기에도 민망할 정도였다”며 국민신문고에 불친절 공무원을 신고했다.

공공기관의 주차장을 이용하려던 B 씨도 지난해 8월 주차관리소 공무원의 ‘갑질’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주차 공간이 20면도 넘게 남아 있었는데도 관리인은 “민원인 차량이 우선”이라며 다짜고짜 차를 빼라고 고함을 쳤다. B 씨가 관리인에게 이름을 묻자 “빨리 꺼지라”며 막말을 퍼부었다.


세금 고지 안내 문자를 보내지도 않고 연체료부터 물리려던 공무원, 다가구주택 공사 필증을 받아야 하는 공사업체에 수개월째 무작정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구청 공무원….

국민권익위원회는 12일 공공기관과 기업의 대국민 서비스와 관련해 지난해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 6073건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분야별로는 공공분야의 부당처우가 1904건(31.4%)으로 가장 많았고 건설분야(983건·16.2%) 방송통신분야(457건·7.5%) 금융분야(446건·7.3%) 교육분야(418건·6.9%)가 그 뒤를 이었다. 유형별로는 공공기관의 업무처리 지연 등 서비스에 대한 불만(2714건·44.7%)에 이어 앞선 사례와 같은 불친절·폭언 등 부당 대우(1654건·27.2%)순으로 조사됐다.

권익위 관계자는 “업무처리 지연 및 불친절, 부당한 지시 등 부당처우 행위가 사회 전 분야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기업의 하도급업체나 대리점과 같은 협력업체에 대한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도 지도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공무원#갑질#부당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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