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투입 늘려 50만 일자리”… ‘J노믹스’ 청사진 발표한 문재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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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보다 사람에 투자해 경제성장 달성할 것, 年재정증가율 3.5 → 7%까지 늘려 재원 마련”
전문가 “큰틀서 옳은 방향” “재원조달 난망”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12일 사람에 대한 투자로 경제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의 이른바 ‘제이(J)노믹스’ 구상을 발표했다. ‘제이’는 문 후보 이름의 ‘재’와, 경제 상황이 당장은 악화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호전된다는 ‘J커브 효과’를 뜻하는 중의적 이니셜을 문 후보 측이 만든 것이다.

문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기업에 투자하면 국민에게 혜택이 전달되는 낙수효과를 기대했지만, 그 한계가 확인됐다”며 “이제 순서를 바꿔 사람에게 투자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살리는 구조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장기 경기 침체와 일자리 늪을 뛰어넘기 위해 연평균 재정 증가율을 현 3.5%에서 7%까지 늘려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문 후보 측은 이날 ‘경제의 가변성’을 이유로 구체적인 재정 투입 규모를 세세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기획재정부의 추계에 따르면 400조5000억 원에 이르는 올해 예산이 7%씩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2018∼2020년 예산은 428조5000억 원→458조5000억 원→490조6000억 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잡고 있는 재정 증가 계획보다 2020년에만 약 47조6000억 원의 돈이 더 필요하게 된다는 얘기다.

문 후보 측은 J노믹스에 들어가는 재원은 일단 세수 자연증가분(5년간 약 50조 원)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추가로 법인세 실효세율을 조정하고, 중복되는 비효율 사업을 조정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국민 동의를 전제로 증세를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문 후보 측은 이렇게 조성한 대규모 재정을 4차 산업혁명, 교육보육, 신농업, 국민생활안전 등 핵심 분야에 투자해 연평균 50만 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문 후보는 ‘사람중심 경제성장’이 미국도 경험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모기지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했던 ‘미국의 회복과 재투자법안(ARRA·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 of 2009)’과 유사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문 후보의 경제 멘토인 김광두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은 “사회 양극화와 낮은 계층 이동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사람에 대한 투자를 통해 꼭 필요한 능력을 갖추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는 사람중심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대기업 갑질 몰아내기를 위한 공정거래위원회 개혁 △집단소송제 도입 △국민연금 기금의 국공채 투자를 통한 사회 안전망 확충 등 세부 방안을 발표했다.

건국대 경제학과 최배근 교수는 “현재 국가채무 중 국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는 ‘적자성 부채’가 58%여서 공격적으로 재정을 집행할 여력이 있다”며 “재정 확대로 경제성장률이 상승할 경우 그만큼 세입이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 후보의 재원 마련 대책이 큰 틀에서 방향이 맞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재원 마련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국가부채가 늘어나지 않게 하면서 재정지출을 연평균 7%씩 높이려면 조세부담률을 매년 0.8%포인트씩 높여야 한다”며 “역대 정부가 조세부담률을 1%대도 올리기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면 증세가 상당히 필요하고 국민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 / 세종=박희창 기자
#문재인#대선#j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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