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도 ‘마초 기업’?… 남녀 임금차별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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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노동부 “상당한 증거 확보”… 구글 “근거없는 주장” 반박
직원들 사생활 침해 이유로 급여관련 데이터 제출은 거부

‘세계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구글이 남녀 임금 차별 의혹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구글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성차별 문제가 끊이질 않고 있어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급속한 성장에만 몰입해 온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이제 성숙한 기업 문화에 신경을 쓸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구글이 9일 e메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매년 성별 임금 수준에 대한 포괄적이며 활발한 분석을 하고 있으며 남녀 임금 격차에 관한 아무런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10일 보도했다. 미국 노동부 관계자가 7일 샌프란시스코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구글이 고용한 인력 전반에 걸쳐 여성에 대한 임금 차별이 상당하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재판은 노동부가 구글 정기 감사에서 직원 급여 관련 데이터와 문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구글이 이에 따르지 않아 열리게 됐다. 노동부에 따르면 구글은 연방 정부 여러 기관과 군에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을 임대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자료 제출 요구에 따라야 한다.

구글은 “정부가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자료는 직원들의 사생활을 침해할 위험이 있다”며 계속 정부에 맞섰다. 이번 성명에서는 “노동부의 주장은 우리가 재판정에서 처음으로 들은 근거 없는 소리다. 노동부는 아무런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고 조사 방법론도 밝히지 않은 채 우리가 남녀 임금 차별을 했다고 주장한다”고 반박했다.

구글의 임금 차별이 사실로 밝혀지면 ‘꿈의 직장’이란 자존심에 상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미 경제 전문지 포천이 매년 실시하는 ‘최고의 직장’ 조사에서 최근 11년간 8번이나 1위를 차지했다. 연매출이 750억 달러(약 85조7000억 원)에 이르는 IT 기업 구글은 양질의 공짜 간식과 이발 빨래 서비스 같은 복지 혜택은 물론이고 직원의 자기 계발에 공을 들이기로 유명하다.

최근 우버의 사내 성희롱 문제와 오러클의 백인 남성에 대한 임금 우대 논란에 이어 구글도 성차별 논란에 휩싸이며 미국 IT 공룡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미국 IT 업계는 창의성과 개방성의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데만 골몰해 기업 문화는 후진적이란 얘기다. IT 기업 슬랙의 인사 담당 부사장을 지낸 앤 토스 씨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IT 기업들이 마초적인 문화 탓에 역풍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구글#임금차별#남녀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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