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홀 2m 버디 실패… 연장선 3.6m ‘쏙’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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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시아, 로즈와 4R 후반 대접전

마스터스는 일요일 백 나인(후반 9홀)부터 비로소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마지막 라운드 막판에 극적인 승부가 자주 펼쳐지기 때문이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와 저스틴 로즈도 그랬다.

두 선수는 마치 매치플레이를 하듯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쳤다. 가르시아는 9, 10번홀에서 연속 보기로 로즈에게 2타 차 2위까지 밀리며 주춤거렸다. 13번홀(파5)에서는 티샷을 숲속으로 날려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해 벌타까지 받으며 위기를 맞았다. 지긋지긋한 메이저 대회 징크스가 떠오를 만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가르시아는 4온 1퍼팅으로 천금같은 파를 지켰다. 로즈는 이 홀에서 2온을 하고도 3퍼팅으로 파에 머물렀다. 같은 파였지만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가르시아는 14번홀 버디로 추격의 고삐를 당긴 뒤 15번홀(파5)에서는 330야드 티샷에 이어 192야드를 남기고 8번 아이언으로 투온에 성공해 4.3m 이글 퍼팅을 적중시켰다. 로즈 역시 이 홀에서 버디를 낚아 리더보드 두 선수 이름 옆에는 공동 선두를 뜻하는 ‘T1’이 새겨졌다. 긴박한 순간이었지만 가르시아는 버디를 잡은 로즈의 등을 두드려 주는 여유까지 보였다. 경기 후 가르시아는 “15번홀 세컨드 샷은 내 인생 최고였다”고 말했다.

로즈는 16번홀(파3) 버디로 한발 달아났지만 17번홀(파3) 보기로 가르시아와 동타가 됐다. 공동 선두로 맞은 18번홀(파4)에서 로즈가 4m 버디 퍼팅을 놓친 뒤 가르시아는 승리를 결정지을 수 있었던 2m 남짓한 버디 퍼팅에 실패했다.

더 짧은 거리의 퍼팅을 놓친 가르시아는 마음이 동요할 만했지만 연장전(18번홀)에서 더욱 단단해졌다. 오히려 US오픈 우승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 등 큰 무대 경험에서 앞섰던 로즈가 먼저 무너졌다.

로즈는 드라이버 티샷이 슬라이스가 나면서 오른쪽 나무를 맞혔고 나무덤불에서 한 두 번째 샷마저 42야드를 보내는 데 그쳤다. 세 타 만에 공을 그린에 올린 로즈의 4.5m 파 퍼팅이 홀을 살짝 비켜났다. 반면 가르시아는 3.6m 거리에서 투 퍼팅으로 홀아웃 해도 우승을 확정짓는 상황. 한결 부담이 줄어든 가르시아의 버디 퍼팅은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그토록 고대하던 순간을 맞은 가르시아의 눈가가 젖어들고 있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가르시아#저스틴 로즈#마스터스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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