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 3분前 사임 통보’ 홍준표, 퇴임식서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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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30일간 호랑이처럼 포효… 어머니가 절망않는 나라 만들것”
‘따뜻한 남자’ 이미지 구축 나서
경남도 내년 6월까지 대행체제… 유승민 “꼼수사퇴 방지법 제정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가 10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창원=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가 10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창원=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스트롱맨’을 자처해온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가 연설 도중 눈물을 훔쳤다. 홍 후보가 공식 석상에서 눈물을 보인 건 처음이다.

홍 후보는 10일 열린 경남도지사 퇴임식에서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와 좌파 세력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도민의 혈세가 쓰인 곳엔 반드시 감사가 뒤따른다는 걸 보여줬다”며 “민주노총과 전교조라는, 거대한 특권을 누리는 양대 단체를 상대로 도민과 공무원이 만들어낸 자랑스러운 결과”라고 자평했다.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에도 현직 도지사 신분이라 입이 묶여 있던 홍 후보가 ‘봉인’이 풀리자마자 던진 첫 메시지가 민주노총, 전교조를 향한 ‘선전포고’였던 셈이다. 홍 후보는 대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을 3분 앞둔 전날 오후 11시 57분경 사임통지서를 제출했다.

홍 후보는 또 채근담에 나오는 ‘복구자비필고(伏久者飛必高·엎드려 때를 기다린 자는 반드시 높이 난다)’를 인용하며 “(대선까지) 남은 30일 동안 백두산 호랑이처럼 세상을 향해 포효해 보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홍 후보는 “도청 가족 여러분, 4년 4개월 동안 정말 고마웠다”고 말할 무렵 울먹이며 손수건을 꺼내 들었다. 그는 “아버지, 어머니 산소가 가까이 있어 자주 갈 수 있어 좋았다”며 “제 어머니 같은 분이 좌절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목에선 감정이 복받쳐 말을 잇지 못했다.

정치권에선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인간적인 면모다”는 해석도 있었지만 “의도된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막말 논란’ 프레임을 깨기 위해 보수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가족을 들고나와 ‘따뜻한 남자’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란 것이다. 홍 후보는 전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아내가 싫어하는 일은 절대 안 한다. 애들과 약속한 건 무조건 지킨다”며 ‘가정적인 가장’ 이미지를 내세웠다.

홍 후보의 사퇴로 경남도는 10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447일을 선출직 도지사 없이 행정부지사가 권한을 대행하게 됐다. 홍 후보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던 서민자녀 장학사업과 서부 대개발, 경남미래 50년 사업 등이 차질을 빚을 거란 우려도 나온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 후보는 이날 홍 후보의 ‘꼼수 사퇴’를 지적하며 “홍준표 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온다”고 비판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 / 창원·상주·괴산=송찬욱 기자
#홍준표#퇴임식#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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