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북유럽까지 덮쳐… 안전지대 없는 유럽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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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트럭돌진 테러 이어 노르웨이에선 상가 노린 폭탄 발견
IS 추종 ‘외로운 늑대’ 모방 범죄… FT “소프트타깃 테러 더 늘어날것”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으로 꼽혔던 북유럽마저 ‘테러의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 7일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발생한 트럭 돌진 테러 용의자는 수니파 급진 세력 이슬람국가(IS) 지지자인 우즈베키스탄 출신 39세 남성으로 밝혀졌다. 불법체류자로 추방 대상이었던 이 남성은 훔친 트럭으로 스톡홀름 최고 번화가인 드로트닝가탄에서 인도를 덮쳐 4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단 엘리아손 경찰청장은 8일 “운전석 옆에서 원래의 트럭에는 없던 장치(device)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스웨덴 공영방송 SVT는 사제 폭발물이 담긴 가방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앞 테러에 이어 트럭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이용한 테러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프랑스 니스 트럭 테러 이후 무방비 상태인 보행자들을 덮치는 차량 돌진 테러가 주된 테러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유럽 각 국가의 테러 경각심이 커지면서 국경 출입과 총기 소지 규제가 강화돼 IS 테러 전사들이 중동 지역을 오가거나 총기를 소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 대신 서방국의 대도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중·대형 차량을 테러에 활용하는 것이다. 대형 트럭이 갑작스럽게 핸들을 꺾어 인파가 밀집한 번화가로 질주할 경우 총기 난사 테러 때보다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어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같은 북유럽인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경찰도 8일 밤 시내 번화가의 상가 거리에서 ‘폭탄 같은’ 장치를 발견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경찰은 트위터를 통해 “이 사건으로 한 명의 남성이 체포되었고 폭탄 해체 전문가들이 출동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관련 지역의 통행을 막고 모든 주점과 레스토랑에서 사람들을 대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이후 유럽 전역에서 수십 차례의 테러가 발생했다. 유럽에서 테러 안전지대는 없어진 셈이다. 최근 1년간 유럽에서 발생하거나 적발된 대표적인 테러 10건을 분석한 결과 예외 없이 각 나라의 수도 혹은 제2, 제3의 도시인 대도시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 테러가 일어났다. 테러 공포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반 대중을 목표로 하는 ‘소프트 타깃’ 테러가 자리 잡은 것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10건의 테러 및 테러 모의의 주범 중 런던 테러를 제외한 9건이 30대 이하 청년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IS의 전문 훈련을 받은 전사가 아니라 IS를 추종해 홀로 움직인 ‘외로운 늑대’다.

이들이 IS에 심취하는 건 단지 종교적 이유 때문만이 아니다. 술과 마약 환각 상태에서 차를 훔쳐 오를리 공항으로 달려간 총기 탈취범, 마약 거래로 처벌받은 베를린 테러범 등 마약, 폭력 등의 전과자가 대부분이다. 니스 테러범은 이혼 후 우울증을 겪고 있었고 뮌헨 테러를 저지른 10대 청년은 7년간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았다. 엘리아손 경찰청장은 이번 스톡홀름 트럭 돌진 테러의 용의자도 “주변부적 성격”이라고 밝혔다. 이들 대부분은 사회 범죄로 감옥에 간 뒤 감옥에서 이슬람 급진화가 이뤄졌다. 그렇다 보니 이들은 대부분 감시 대상인 테러 블랙리스트 명단에도 없던 인물들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IS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수세에 몰리면서 민간인을 상대로 한 유럽 테러는 더 증가할 것”이라며 “폭탄이나 총격 테러가 지하디스트의 바람이겠지만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아 차량 테러 형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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