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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Case Study]“물건보다 사고 파는 재미”… 국민 장터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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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Case Study]“물건보다 사고 파는 재미”… 국민 장터로 우뚝

김현진 기자 ,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입력 2017-04-10 03:00수정 2017-04-10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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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수 2100만명 국내 최대 온라인 장터 ‘중고나라’의 성장전략
큐딜리온 이승우 대표
2016년 3월. 쿠팡, 인터파크 등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업체가 위용을 뽐내고 있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복판에 다소 낯선 이름의 기업이 위풍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큐딜리온’.

하지만 생소한 이 기업명 뒤에는 ‘국민 장터’라 불릴 만큼 유명한 중고품 거래 카페, 중고나라가 있다. 회원 수 2100만 명. 온라인과 모바일 서비스 중복 회원이 있긴 하지만 수치상으로는 남한 전체 인구 10명 중 4명이 사용하며 하루 평균 27만 건(초당 3건)의 물품이 거래되는 국내 최대의 온라인 커뮤니티다. 중고나라 운영 법인으로 2014년 1월 탄생한 큐딜리온을 이끄는 이승우 대표(40)는 2003년 12월, 네이버 카페에 중고나라를 개설하는 것으로 국내 전자상거래 문화에 한 획을 그었다. 큐딜리온은 2015년 12월, 약 8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일약 ‘주목해야 할 스타트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DBR 222호(2017년 4월 1일자)에 소개된 ‘중고나라’의 성장기와 앞으로의 비전 등을 요약해 소개한다.

○ 기업이 된 인터넷 커뮤니티

이 대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직후 축구 전문 쇼핑몰, ‘도카닷컴’을 설립해 창업 1년 만에 관련 업계에서 회원 수 1위 사이트로 키운 경험이 있다. 당시 온라인 안전결제 시스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지인 두 명과 함께 이러한 시스템을 시험하기 위한 테스트 베드를 만들 목적으로 중고나라를 설립했다. 사실 ‘중고거래’라는 콘셉트는 그저 결제 시스템을 실험하기 위해 사람을 모으려고 만들어낸 테마에 불과했다.

그러나 원래 설립 목적이었던 안전결제 시스템 사업 계획이 글로벌 업체들의 시장 장악으로 무산되면서 중고나라는 중고품 거래에 치중했다. 이 대표는 약 2년간 밤낮없이 카페를 풍성하게 할 글들을 퍼 나르면서 회원들이 더 자주 방문하도록 유도했다. 마침 네이버 카페가 방문자 수가 많은 사이트를 상단에 노출시키는 알고리즘을 적용하면서 중고나라의 회원 수는 급격히 늘었다.

중고나라가 한번도 정체하지 않고 꾸준히 회원 수를 늘릴 수 있었던 비결은 ‘소통’에 있었다. 이 대표는 “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신의 일상이나 생각을 올리고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기다리는 데서 알 수 있듯 소통은 인간의 본성이라는 사실을 일찍이 간파했다”며 “도카닷컴 운영 시 24시간 응대 서비스를 실시하고, 고객 게시판 기능을 활성화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사용자 간 소통에 힘썼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사회 공헌과 관련한 비즈니스 모델에 관심을 갖던 이 대표는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인 ‘굿네이버스’의 요청으로 이 단체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한 바 있다. 또 네이버의 기부형 쇼핑몰 ‘콩스토어’ 대표로도 재직했다. 그동안에도 중고나라는 비약적으로 사용자 수가 늘고 있었다. 그러나 그와 비례해 사기 거래 건수 역시 크게 늘면서 사용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일개 커뮤니티 운영자가 각종 법적 이슈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고민 끝에 이 대표는 중고나라를 법인화하기로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기업 형태의 법인으로 전환한 첫 사례가 된 것이다.

○ DNA를 담은 신사업들

고객이 헌옷, 헌책, 폐가전 등을 판매하겠다고 신청하면 기사가 직접 집을 방문해 매입하는 온라인 장터 ‘중고나라’의 신규 사업 ‘주마’ 서비스. DBR 제공
큐딜리온이라는 법인 설립 후에 중고나라가 가장 먼저 추진한 프로젝트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제작이었다. 카페의 게시물은 개인정보보호 규칙에 따라 함부로 공유할 수 없기 때문에 온라인 사이트에서 사기 거래를 차단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앱에는 경찰청의 ‘사이버캅’이 탑재돼 있어 개인 인증 절차를 거친 후에야 입장할 수 있고 사기 거래 건수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허점이 많았던 초기 앱을 보완해 2016년 4월, 새롭게 선보인 중고나라 모바일앱은 출시 두 달 만에 10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큐딜리온은 중고나라 앱을 개인 간 거래를 위한 안전한 플랫폼으로서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등의 SNS처럼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친구들이 모여 만든 인터넷 카페가 아닌 어엿한 유망 스타트업으로 발전한 큐딜리온의 과제는 수익 모델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큐딜리온이 가장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사업은 폐쇄형 쇼핑몰인 ‘비밀의 공구’다. 현재 가입자 수는 9만5000여 명. 각 공구상품을 홍보하는 사람은 멀티자키(MJ)로 불리는 프리랜서들로 머천다이저와 쇼호스트, 콘텐츠 기획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유통 전문 방송인이다. 이들은 각 상품을 설명하기 위해 현지 공장을 방문하고 직접 착용 또는 시식하는 모습을 담는 등 1인 미디어 형태의 다양한 영상 콘텐츠로 제품을 홍보한다.

또 다른 신규 사업은 컨시어지 서비스를 지향하는 ‘주마’ 서비스다. ‘주마’는 ‘찾아가주마’ ‘치워주마’라는 말의 마지막 두 글자에서 따왔다. 고객이 헌옷, 헌책, 폐가전 등을 판매하겠다고 신청하면 기사가 직접 집을 방문해 매입하는 서비스다. 이렇게 수거된 중고품 또는 폐품들은 소매시장에서 재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국제시세에 맞춰 재활용품 처리 전문 업체에 넘겨진다. 이 대표는 “‘자원의 선순환’을 테마로 하는 서비스로 중고나라의 DNA가 오롯이 담겨 있어 더욱 확장 가능성이 큰 서비스”라고 말했다.

○ 시사점

스타트업으로 재출발한 중고나라는 이제 새로운 출발점 앞에 섰다. 시범 운영 결과 고객 반응이 좋았던 신규 서비스들을 빠르게 정착시켜 올해 말까지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게 1차 목표다.

향후 발전 가능성을 고무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은 중고나라를 주축으로 한 큐딜리온의 비즈니스 모델이 최근 사회 트렌드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먼저 중고제품은 가성비를 좇는 불황·저성장 시대에 주목받는 ‘가치소비’ 아이템이다. 한편 신제품 출시 주기가 빨라져 물건 소유에 대한 심리적 유효기간이 점점 짧아지면서 물건에 대한 ‘이별관리’ 역시 수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큐딜리온이 제공하는 ‘사회적 연결’이라는 플랫폼 역시 점점 비즈니스의 핵심이 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 ‘그곳’에만 가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트래픽을 만들고 교환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중고나라는 단순히 재화를 취득하는 경제적 의미로서가 아니라 그 재화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사회적 경험이란 의미에서 주목받는 채널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기술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 종착지는 역시 사람이다. 사람의 행복에 기여하는 기술만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품 중심의 사업 모델보다는 사람, 사람 간의 만남, 그리고 그 교류에서 파생되는 새로운 경험이 사업 모델의 중심이 돼야 한다. 물건과 상품은 사람 중심의 플랫폼에 그저 얹혀 있는 것에 불과하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marnia@dg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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