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드 선 넘었다” 하루뒤 폭격… 김정은에도 ‘공습경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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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리아 공습… 트럼프 취임후 첫 군사명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플로리다 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첫 공식 일정인 만찬을 막 끝낸 6일(현지 시간) 오후 8시 45분경. 시리아의 샤이라트 공군 비행장에는 59발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이 내리 쏟아졌다.

전투기, 활주로, 유류 보급소를 목표로 한 이번 공격 결과 장군 1명을 포함한 시리아 정부군에서 최소 7명이 죽고 9명이 다쳤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시리아 관영 통신은 어린이 4명을 포함한 민간인 9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만찬 직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참모들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를 열어 민간인을 향해 화학무기를 쓴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대한 보복 공격을 결정한 뒤였다.

트럼프의 공습 결정은 5일 백악관에서 요르단 압둘라 2세 국왕과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시리아는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다”고 말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이뤄졌다. 맥매스터 안보보좌관에 따르면 트럼프는 4일 첫 시리아의 화학무기 공격 보고를 받은 직후 참모들에게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고 군사적 대응이 포함된 3가지 대안을 보고받았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6일 플로리다에서 화상회의를 통해 공습을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리아 공습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무력 사용 가능성을 더 분명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WSJ는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는 북한 이슈를 풀기 위한 결심이 단호하다는 사실을 (중국에) 보여주기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와 함께 시리아 제재안을 반대해 온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미중 정상회담의 성공이 시 주석의 권력 안정과 직결된다고 본 중국 역시 시리아 공습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시 주석이 성대히 환영받는 이미지가 중요한 중국은 시리아 공습에 체면을 손상당했다고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시 주석은 2015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에 가렸던 경험이 있다.

트럼프는 이날 유엔과 동맹국 동의 없이 군사적 행동을 단행하는 전형적인 미국의 일방주의 성향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트럼프는 공습 기자회견에서 “문명국가들은 미국과 함께해 달라”며 향후 동맹들과의 공동 대응도 요구할 방침임을 밝혔다.

트럼프는 2013년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으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을 검토할 때 트위터에 “시리아 공격 전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만 한다. 안 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쓴 적이 있다. 정작 자신은 이번 공습 전 의회와 전혀 논의하지 않아 적법성 논란도 일고 있다.

‘브로맨스’를 뽐냈던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분위기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을 강하게 비난하면서도 시리아 정부군과 함께 반격하겠다는 등의 후속 조치를 밝히지는 않고 있다. 이번 미국의 공격이 일회성인지 아사드 축출까지 이어질지 의도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 외교 전문가인 블라디미르 프롤로프는 뉴욕타임스(NYT)에 “이건 트럼프가 오바마와 다르게 보이려는 상징적인 행동일 뿐”이라며 “그냥 한번 타격해 본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미중 정상회담에 맞춰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하려다 ‘공습 경고’를 받은 북한도 당황스러운 처지다. 마침 김정은은 6일 아사드 대통령에게 집권당 창건기념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미국의 시리아 공격 명분이 ‘화학무기 사용’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북한은 올 2월 말레이시아에서 김정남을 암살하면서 독극물을 사용했다.

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주성하 기자

※ 토마호크

인디언이 사용하던 전투용 도끼에서 이름을 딴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은 1983년 실전 배치돼 1991년 걸프전 당시 ‘사막의 폭풍 작전’에 처음 사용됐다. 길이 6.25m, 무게 1.2t으로 450kg짜리 탄두를 시속 880km 속도로 1250∼2500km까지 날려 보낼 수 있다. 군함과 잠수함 등에서 발사하면 레이더망을 피해 저공비행하며 목표물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1998년 코소보 사태, 2003년 이라크전쟁, 2011년 리비아 공습 등에도 활용됐다.
#트럼프#시리아#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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