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진핑 불러놓고 시리아 폭격한 트럼프, 北-中 경고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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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6일(현지 시간) 자국민에게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한 시리아 정부군을 향해 미사일 표적 공격으로 응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사일 폭격 후 성명을 내고 자신이 공격 명령을 내렸으며 미국이 정의 편에 섰다는 점을 보여 주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 주 칸샤이쿤에서는 4일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공군이 화학무기를 살포해 어린이들을 포함해 최소 86명이 숨지고 300여 명이 다친 바 있다.

미국의 시리아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중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1차 타깃은 아사드 정권과 이를 지원하는 러시아임이 명백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외교적 이벤트인 정상회담 자리에서 타국에 군사행동을 감행하고 별도 기자회견까지 한 것은 고도의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시 주석 입장에서는 중국이 계속 러시아처럼 잔혹한 독재정권의 뒷배 역할을 할 경우 미국은 가만있지 않을 것이며 지금처럼 독자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압박 메시지로 느껴졌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화학무기 사용이 확산되지 않도록 막는 것은 미 국가안보에 매우 중요하다”고도 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3년 아사드 정권의 독가스 공격에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개입 시사 발언 몇 시간 만에 실제 공격에 나섰다. 세계 3대 화학무기 보유국으로서 이복형 김정남을 화학무기로 암살한 김정은 정권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을 향해 하루가 멀다 하고 선제 타격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검토 중이라는 초강경 메시지도 단지 말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롤러코스터 행보에서는 인권이나 민주주의라는 ‘가치’보다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사업가적 계산이 엿보인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해법엔 대북 선제 타격도 포함된다. 한반도와 중동은 본질적으로 다르지만 한국처럼 힘없는 동맹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카드로 사용될 수도 있다. 트럼프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시진핑이 각축하는 한반도에서 우리가 협상의 칩이나 바둑돌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단단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대통령선거 후보들은 적 앞에서 분열돼 있고 정부는 멈춰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
#트럼프#시진핑#시리아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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