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연설분량… 文 톤 높여 13분, 安 또박또박 19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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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수락연설 비교해보니


대권을 놓고 경쟁 중인 각 당 후보들은 메시지를 보다 호소력 있게 유권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화법(話法)을 고민하고 바꿔 나간다.

화법의 변화가 가장 눈에 많이 띄는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다. 안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단문을 많이 쓰고 2, 3개의 단어마다 띄어서 힘 있게 읽었다. 한 예로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대통령, 그 적임자, 누구입니까”라고 말할 때도 5번에 나눠서 읽었다.

안 후보 측 표철수 소통자문단장은 “굵어진 목소리는 물론이고 손을 들어올리는 모습까지 호소력이 높아졌다”며 “스스로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안 후보의 연설문 내용이 미국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문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문을 많이 차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강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참석자들의 호응을 얻어내는 화법이 특징이다. 그가 “인수위 없이 곧바로 대통령 할 수 있는 준비된 사람! 누구입니까”라고 외치면 참석자들이 “문재인”을 외치는 식이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대통령 당선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예전보다 톤이 올라가면서 강한 이미지를 부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문 후보는 호흡이 짧고 발음도 명확하지 않아 대중 연설에 유리하지는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동아일보가 대선 후보들의 수락 연설문을 분석한 결과 안 후보는 글자 수 3216자로 이뤄진 연설문을 19분 44초 동안 끊어서 읽었다. 반면 문 후보의 연설문 내용은 3227자로 안 후보의 연설문과 분량은 비슷했지만 원고를 읽는 데 13분 42초밖에 안 걸렸다. 그만큼 안 후보는 천천히, 또박또박 연설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게 특징이다.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언어로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얻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슷한 화법이어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홍 후보 측은 “중요한 말은 2번 반복해 얘기하고, 핵심을 먼저 치고 들어가는 ‘두괄식 화법’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는 지난달 31일 후보 수락 연설문에서 ‘우파’(7회), ‘강력’(2회), ‘강단’(1회), ‘스트롱맨’(1회) 등의 표현을 쓰며 자신의 거침없는 이미지를 내세웠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홍 후보와 정반대의 화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파’ 대신 ‘보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식으로 자극적인 용어를 쓰지 않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교수 스타일의 화법으로 중요한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이를 나열하는 데 그쳐 임팩트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대선#연설#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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