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前대통령 “사익 취한 것 없다” 담담히 혐의부인… 檢측 답답함 느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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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만에 前대통령 구치소 출장조사

구치소 빠져나가는 유영하 변호사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왼쪽)가 탄 차량이 4일 오후 8시 40분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빠져나가고 있다. 의왕=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구치소 빠져나가는 유영하 변호사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왼쪽)가 탄 차량이 4일 오후 8시 40분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빠져나가고 있다. 의왕=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4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주변에 경찰 4개 중대 360여 명이 배치됐다. 검찰이 서울구치소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조사하기에 앞서 경찰은 구치소 인근 경비 인력을 전날의 2배로 늘렸다.

검찰의 박 전 대통령 조사가 시작되기 2시간 전인 오전 8시경 구치소 주변으로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모여들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외쳤다. 일부 시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구치소 쪽을 바라보며 무릎을 꿇고 절을 하거나 눈물을 흘렸다. 오전 10시 반경 구치소 앞 시위대는 50여 명으로 불어났다. 이에 앞서 오전 8시 40분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55)가 구치소에 도착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소속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47)과 수사 검사 1명, 여성 수사관 1명을 태운 회색 스타렉스 차량은 오전 9시 20분 구치소에 도착했다.

○ 혐의 일관되게 부인…검찰 측 ‘답답’

구치소의 박 전 대통령 조사실은 여자 사동 1층 중앙출입구 바로 옆이다. 평소 여성 교도관 3, 4명이 근무하던 16.5m² 크기의 사무실을 개조해 임시 조사실로 만들었다. 구치소 측은 특수본의 요청에 따라 책상과 의자 등 집기를 조사실에 들여놨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 10시 조사가 시작되기 직전 여자 사동 1층 복도 맨 끝에 있는 독방에서 나왔다. 연두색 수의 왼쪽 가슴에 수인 번호 ‘503’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수감되기 전 매일 전문 미용사가 손질했던 올림머리를 하지 못해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상태였다.

구치소 측은 여성 수용자가 구치소 내부에서 외부 사람을 만날 경우 여성 교도관이 동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은 검찰 측 요청으로 조사실 안에 여성 수사관이 배석하고, 박 전 대통령 담당 교도관은 조사실에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변호사는 혼자 박 전 대통령 옆에 앉아 변론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 안팎에서 유 변호사가 변론을 주도하는 데 불만과 비판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은 다른 변호인에게 변론을 맡기지 않았다.

한 부장검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구치소 생활 등 안부를 물은 뒤 조사를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혐의를 비롯해 직권남용과 강요 등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돼 조사받을 당시 태도와 바뀐 게 없었다고 한다. 검찰 측이 답답함을 느낄 정도였다. 박 전 대통령은 조사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했다.


○ 전직 대통령 세 번째 ‘출장 조사’

전직 대통령이 구속 수감된 곳에 검찰이 방문해 조사를 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5년 11, 12월 4차례에 걸쳐 서울구치소 안 조사실에서 문영호 당시 대검찰청 중수2과장과 김진태 검사의 조사를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구치소 측이 새로 지은 별채의 화장실이 있는 16.5m² 크기의 독방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검찰 조사는 독방에 붙어 있는 별도 조사실에서 이뤄졌다.

안양교도소에 수감됐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은 곳은 교도소 안 조사실이었다. 1995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8차례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 전 전 대통령은 1995년 12월 3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갔다 체포돼 교도소로 연행됐다. 연행 직후 그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12시간 동안 검사 4명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김준일 jikim@donga.com·전주영·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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