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첨단기술에 돈보따리 푸는 외국기업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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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활력 불어넣는 외국인투자]<상> 미래산업 육성 첨병으로

일본 기업 야스카와는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1915년 설립된 야스카와는 1994년 한국에 모터와 인버터 등을 판매할 목적으로 한국야스카와전기를 세웠다. 최근에는 투자 범위가 한층 커졌다. 야스카와는 한국을 연구개발 기지로 삼기 위해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2015년 11월 대구에 세운 로봇센터는 고객사 요구에 맞춘 로봇 시스템을 설계하고 제작한다.

야스카와는 지난해 4월 자동차 도장(塗裝) 시스템을 구축해주는 한국 기업인 두림로보틱스에 지분 투자를 하기도 했다. 공정 시스템 설계 업체와 로봇 제조 기업과의 협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후지키 신이치 한국야스카와전기 대표는 “한국에서 투자를 늘리는 것이 야스카와의 경쟁력 향상을 촉진하고, 이는 다시 한국의 로봇 산업의 저변을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로봇 산업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 중 하나다. 야스카와처럼 미래 신산업을 주도하는 해외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하는 것은 한국의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들의 한국에 대한 투자에 주목해야 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KOTRA의 외국인 투자유치 전담기관인 인베스트코리아의 김용국 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 비중은 36%이지만 우리나라는 13%에 머물러 투자유치 확대의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외국인투자기업(외투기업)은 한 외국인(외국기업·기관 등을 포함)이 지분의 10% 이상, 금액으로는 1억 원 이상 투자한 기업을 말한다.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은 외국인 지분 비율이 높지만 한 외국인이 가진 지분 비율이 10%를 넘지 않으므로 외투기업에 포함되지 않는다. KOTRA에 따르면 2012년 1만4789개였던 국내 외투기업은 2014년 1만5302개, 2016년 1만7107개, 2017년(3월 기준) 1만7228개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외투기업이 증가 추세임에도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여전히 외국인 투자 규모와 비중이 작은 건 외국 자본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과거 국내 기업에 투자한 외국인들의 몇몇 ‘먹튀’ 사례가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있는 게 사실이다. 일부 투기 자본은 경계해야 하지만 외국인 투자 자체는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청소용 로봇을 생산하는 유진로봇은 2014년과 2016년 독일 가전기업으로부터 1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다. 유진로봇은 이 돈으로 첨단 연구개발 시설을 갖춘 공장을 건설 중이다. 유진로봇 관계자는 “우리의 로봇기술과 독일 기업의 다양한 가전제품 생산 노하우가 합쳐지면 양쪽 모두 산업 영역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신산업 및 첨단 산업 대부분은 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탄생하고 있다. 반도체 정보통신 등 한국이 강점을 지닌 기술이 다른 나라가 강점을 지닌 기술과 결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일본 기업 도레이가 1963년부터 50여 년간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회사다. 지금까지 총 투자 금액은 약 4조 원에 이른다. 김은주 도레이첨단소재 상무는 “뛰어난 인재가 많은 한국은 투자처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이라고 전했다. 또 한국에는 첨단 제품과 기술을 사고자 하는 기업이 많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 외국인 투자 유치에 나선다면 신산업 발전, 그리고 고용 창출이라는 긍정적인 연쇄 효과가 기대된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외국인투자#증권#외국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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