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포구 어시장 ‘공동구판장’ 설치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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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 좌판 재배치 통해 합법화… 불법영업 논란 막고 화재 대응
일부 상인 “영업권 보호돼야” 반발

18일 화재가 발생한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건물 잔해를 치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철거와 청소는 24일 마무리됐지만 남동구는 상인들이 기존의 천막 가건물을 재건축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18일 화재가 발생한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건물 잔해를 치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철거와 청소는 24일 마무리됐지만 남동구는 상인들이 기존의 천막 가건물을 재건축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인천 남동구는 화재로 큰 피해를 본 소래포구 어시장에 공동구판장을 설치해 좌판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28일 밝혔다. 기존의 무허가 좌판을 합법화하기 위해서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인 어시장에 연면적 1000m² 이내의 공동구판장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곳에서 수산물의 저장과 가공, 포장, 판매가 가능하다.

소래포구 어시장은 4개 구역(가∼라)으로 나뉘어 있다. 전체 좌판 332개가 모두 무허가 시설로 이 가운데 18일 화재로 220개가 전소됐다. 국유지인 어시장 일대는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300개가 넘는 좌판은 수십 년간 허가받지 않고 영업을 해왔다.

1930년대 소래포구 염전 주변에 젓갈 판매상들이 모여들면서 어시장이 자생적으로 형성됐다. 당시 포구에서 아무 자리에서나 상인들이 대야를 늘어놓고 수산물과 젓갈을 팔았고, 1970년대 상인이 늘면서 천막 형태를 갖추게 됐다.

남동구는 어시장에 ‘T’자 형태로 길이 20∼70m, 폭 4m 규모의 소방도로를 개설하기로 했다. 가판대와 좌판이 밀집한 어시장 진입로가 비좁아 화재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어시장에는 폭 2.6m의 진입로가 있지만 길 양쪽으로 가판대가 늘어서 있어 소방차가 화재 현장에 곧바로 진입하지 못했다. 소방관들이 소방호스를 들고 진입로를 따라 움직여 진화 작업을 해야 했다. 장석현 구청장은 “공동구판장이 들어서면 그동안 어시장을 두고 제기된 무허가 좌판 같은 불법 영업 논란도 일축하고 화재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불이 난 어시장 면적이 2000m²가 넘기 때문에 1000m² 이하의 공동구판장에서 영업 중인 상인 상당수는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상인들은 “좌판이 무허가 시설이지만 세무서에 사업자로 등록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점포당 임대료를 내고 있으므로 영업권이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새 소방도로가 들어서면 진입로 양쪽에서 가판과 좌판을 운영하던 상인들은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화재로 좌판이 전소된 상인 박모 씨(59)는 “당장 생계를 잃어버린 상인들에게 날벼락 같은 소리”라며 “상인들과 협의하지 않고 설치하는 공동구판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안전처는 19일부터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10억 원을 긴급 복구비로 지원해 가림막을 설치한 뒤 철거와 청소 작업을 끝냈다. 지금이라도 예전과 같은 천막 가건물 재건축 공사를 시작할 수 있지만 공동구판장 설치를 놓고 구와 상인들의 갈등이 표출되면서 공사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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