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 국립대 특집]모험생과 월드클래스…전북대학교만의 브랜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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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의 비전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했다. 새로운 기술과 기존의 지식이 다양한 방식으로 융합하고 고도화를 이뤄 가면서 우리 삶도 커다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 역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우수 인재를 양성해 지역과 국가 발전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과거 제조업 중심 시대에는 이미 틀이 갖춰진 정답을 잘 찾아내고 시키는 일만 잘 해내는 모범생이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현재의 지식과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융합하며, 스스로 일을 찾아 주변 동료와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가 필요하다. 바로 이러한 인재가 전북대가 키우는 ‘모험인재’다.

전북대만의 인재 브랜드 ‘모험생’

전북대는 지난 2년간 보다 넓고 깊게 세상을 보는 안목을 지닌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오프캠퍼스’와 ‘레지덴셜 칼리지’를 운영했다.

이남호 총장의 취임 이후 도입한 ‘오프캠퍼스’는 학생들이 졸업하기 전까지 일정 기간 다른 나라나 특정 지역을 찾아가 현지 언어, 문화, 생활방식 등을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감각 뿐 아니라 타문화 포용력,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까지 배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거주형 대학’으로 일컬어지는 ‘레지덴셜 칼리지’는 기숙사가 단순 거주 공간이라는 기존 관념을 완전히 깬 것이다. 학생들은 낮엔 학과에서 교양과 전공 공부를 하고, 저녁에는 기숙사에서 팀워크, 커뮤니케이션 스킬, 문화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 활동을 한다. 매년 개교기념일에는 모험인재를 발굴해 포상도 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 대륙 6000km 횡단에 성공하고, 세계 3대 자전거대회 코스를 완주한 학생 등 전북대 특유의 도전 정신을 가진 ‘모험생’들이 속속 배출되고 있다.

‘색깔 있는 모험인재 양성’ 즉 창의적 모험생이라는 교육 인재 브랜드가 정착되면서, 전북대를 대표하는 고유 브랜드 구축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월드 클래스 학문 분야 육성 △가장 걷고 싶은 캠퍼스 둘레길 조성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 구축 등이 그것이다. 전북대만이 유일하게 갖고 있고, 가장 잘 할 수 있으며, 또 했을 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고유 브랜드를 찾아 가치를 높여가는 일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탄탄한 뼈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연구 분야에서는 ‘월드클래스 학문’를 육성해 브랜드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전북대에는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연구소들이 즐비하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세계 5위 규모의 고온플라즈마응용연구센터, 국내 대학 최대 식물공장 및 LED 농생명융합기술연구센터, 280억 원을 투입한 미생물산업육성지원센터, 세계 최고의 로스알라모스연구소, 유네스코 NGO로 선정된 무형문화연구소, 영국 캠브리지대가 주목한 한국과학문명연구소 등이 있다. 이 7대 연구소를 잘 육성한다면 전세계적으로 전북대를 알릴 수 있는 브랜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더불어 전북대의 연구 경쟁력을 더욱 확장시킬 수 있는 약학대학 유치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 조성


대학 외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걷고 싶은 둘레길’ 조성과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로 전북대의 고유 브랜드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북대는 캠퍼스 주변에 149만m²에 이르는 건지산과 오송제, 덕진공원 등 풍부한 생태·자연 경관이 갖춰져 있다. 이는 전북대만이 갖고 있는 소중한 자산이자 보물이다. 전북대는 이 자원을 활용해 캠퍼스를 휘감는 11.4km의 둘레길을 조성하여 시민들도 즐겨 찾도록 캠퍼스를 공유하고 있고 있다. 둘레길은 전북대만의 상징적인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전주시와 협력해 둘레길로 이어지는 정문에서 덕진공원까지의 캠퍼스 외곽 인도를 캠퍼스 안으로 집어넣어 시민들이 쉴 수 있는 생태, 젊음, 스토리가 있는 길로도 조성하고 있다.

또한 ‘가장 한국적인 도시’인 전주 지역에 자리한 거점국립대인 만큼 지역 문화와 궤를 같이하는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를 구축하고 있다. 우선 전북대는 500억 원 이상을 들여서 국제컨벤션센터와 법학전문대학원 본관, 큰사람교육개발원 겸 정문 등을 한옥으로 건립할 예정이다. 올해 개교 70주년을 맞아 분수대를 ‘개교 70주년 기념광장’으로도 조성할 계획이다.

캠퍼스 내부 역시 한국적 요소로 채워나가고 있다. 최근 문을 연 국제화의 본산 ‘뉴 실크로드 센터’(위 사진)에는 고풍스런 한국적 요소가 건물 내부를 장식하고 있다. 대학 본부에서 인문대를 거쳐 사회대, 상과대학으로 이르는 길에는 데크길과 전통 창호 문양의 조명을 설치했다. 이 ‘한스타일’의 데크길은 한옥형으로 완공된 인문사회관과 조화를 이루면서 전북대만의 새로운 한국적 경관을 자랑한다.

스탠퍼드대학 하면 ‘실리콘밸리’, 하이델베르크대학 하면 ‘철학자의 길’이 떠오르는 것처럼 전주 하면 전북대, 전북대 하면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와 명품 캠퍼스 둘레길이 떠오를 수 있도록 전북대 대표 브랜드로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남호 총장에게 듣는다
천연소재 신약개발 최적지 전북에 연구중심 약대를


오늘날 신약개발에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은 2007년 이후 해마다 5.3%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 규모도 현재 1100조 원에서 2020년엔 2400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반도체 산업이 그랬듯이, 신약개발 성패는 고급인력 양성에 달렸다. 연구, 개발, 생산 등 신약개발 관련 영역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고급인력을 확보해야만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신약개발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신약개발 전문가를 많이 양성하는 길밖에 없다.

그러나 신약 전문 연구인력 양성을 위한 우리나라 약학교육은 선진국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약사는 단순 조제 행위를 넘어서서 기초생명과학-화학-임상을 아우르는 직역이어야 한다. 실험실에서 약물자체의 특성과 개발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약사, 또 환자를 중심으로 의료진과 한 팀을 이루어 신약개발에 중추 역할을 하는 임상약사가 국익을 창출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약대 졸업생 10명 중 2명 정도만 연구·임상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이래서는 신약개발 선진국 진입은 요원하다.

또한 신약개발은 병원의 임상연구를 포함한 학제간 융합이 필수이며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연구·융합 중심의 약대를 육성하려면 어디가 최적지일까. 바로 전북대다. 전북대에는 8개 임상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병원이 있으며, 생명과학과 의·치·수의학 분야는 물론 고분자나노·화학 분야 등 학제 간 융합·협동 연구가 가능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도 있다. 뿐만 아니라 전북엔 농촌진흥청을 비롯해 한국식품연구원, 생명연 바이오소재연구소, 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안전성평가연구소 등 농생명 연구기관도 집적화돼 있다.

전북대에 연구·융합 중심의 약대가 설립된다면 우수한 신약 개발 전문인력 양성에 매진하여 우리나라 국부 창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전북대에 연구·융합 중심의 약대 설립이 꼭 필요한 이유다.

전북대 건학 이야기

조선왕조 발상지에 자리잡다

전북대 캠퍼스
전북대 캠퍼스

“전북대학교는 능선이 아름답고, 호수가 있고, 경치가 좋으며, 묘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전북대학교가 건지산 기슭에 터를 잡을 때, 시민들이 보인 반응이었다. 실제 전북대 주변에는 자연호수인 덕진호와 오송제가 있으며, 조선 왕조 시조를 모신 ‘조경단(肇慶壇)’이 있어 개인 묘가 없다. 조경단 반경 10리 안에는 나무를 심거나 베는 것을 금지하는 금초(禁草)와 묘를 못 쓰게 하는 금장(禁葬) 정책이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전북대는 도민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설립된 학교다. 1945년 광복 이후 전북에는 도립 이리농과대학(1947년)과 향교재단이 운영하는 전주 명륜대학(문리대·법대, 1948년), 사립재단이 운영하는 군산대학관(상대, 1948년) 등 3개의 고등교육 기관이 있었다. 이후 전북 지역에 번듯한 고등교육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고, 마침내 1951년 10월5일 국무회의에서 전북대학교 설립이 최종 인가된다.

이어 학교 설립을 위한 모금운동이 전개됐다. 향교재단이 재산 및 토지를 기부하고, 도민들이 십시일반 모금을 해 1952년 6월8일 호남·충청 지역 대학 최초로 개교기념식을 치렀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북대는 전주와 익산, 군산에 흩어져 있었다. 대학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단과대학을 한 곳으로 모아야 했다. 교지 확보가 최우선 과제였다. 1953년 6월경 현 캠퍼스 부지 2만여 평을 매입하고, 이후 총 4만평을 캠퍼스 부지로 확보했지만 제 기능을 하는 데는 여전히 부족했다. 마침내 1960년대 초 옛조선황실재단이 소유하고 있던 76만여 평을 기부채납 받아, 오늘날 80만 평의 광활한 캠퍼스를 확보하게 됐다. 이처럼 전북대는 향교재단과 옛 조선황실재단의 후원, 도민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설립된 거점 국립대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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