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원의 옛글에 비추다]거울 속의 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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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 비추어 살펴볼 것은 거울에 있지 않고 옛일에 있다.
人君之鑑不在於鏡而在於古(인군지감 부재어경이재어고)

-유경심 ‘구촌집(龜村集)’》
 
중국 당나라 현종(玄宗)에게 어떤 사람이 거울을 하나 바쳤다. 눈이 부실 정도로 맑았고 뒤쪽에는 용이 새겨져 있었다. 당 현종은 수심경(水心鏡)이라 불렸던 이 거울을 궁중에 걸어두고 보배로 삼았다고 한다. 당 현종은 양귀비(楊貴妃)라는 여인에게 빠져 사치와 향락을 일삼다가 결국 안녹산(安祿山)의 난을 초래하여 나라를 혼란에 빠뜨렸고, 자신도 황제의 지위에서 물러나야 했던 임금이다.

조선 전기의 학자인 유경심은 ‘거울을 바친 것에 대한 논설(獻鏡說)’에서, 외모를 비춰 볼 줄만 알았지 마음을 비춰 볼 줄 몰랐던 당 현종에 대해 비판의 말을 쏟아내었다. 옛일을 거울로 삼으면 치란을 알 수 있고 선악을 판단할 수 있는데, 거울에 자신을 비춰 보며 겉모습을 꾸미는 데만 신경을 쓰고 내면을 버려두었기에 패망에 이르게 되었으며, 당세에 자신의 몸을 망쳤을 뿐만 아니라 만세의 웃음거리가 되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어 말하기를, 옛일을 거울로 삼아야 하는 것은 임금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도 해당된다고 하였다.

거울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비춰 주는 것은 겉모습일 뿐 마음을 비춰 주지는 못한다. 거울에 비치는 겉모습만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보이는 그 겉모습만을 위하여 꾸미고, 치장하고 또 가꾼다. 겉모습이 화려해지는 것과는 무관하게 마음이 추해져가고 있음은 인지하지도 못하면서. 이런 사람은 아마도 다른 사람을 볼 때에도 그의 내면을 살피지 못하고 겉모습을 살펴보는 데에 그치기 쉬울 것이고, 이로 인해 주변에 진실한 사람이 드물게 될 것이다.

옛일과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나의 거울이 될 수 있다. 훌륭한 일은 본받아 닮아가야 할 거울이 되고, 잘못된 일은 경계로 삼아 저지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거울이 된다. 그리고 지금 나의 행동들도 누군가의 거울이 될 수 있다. 남에게 나는 어떤 거울일지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또 하나의 거울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거울에 비치는 것이 그저 외모만은 아닐 것이다.

유경심(柳景深·1516∼1571)의 본관은 풍산(풍山)이며 호는 구촌(龜村)이다. 문과에 급제하여 대사헌, 병조참판, 평안도관찰사 등을 역임하였다.

이정원 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
#현종#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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