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호남경선 압승한 文, 집권역량 검증의 길 들어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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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어제 첫 순회 경선지인 호남에서 압승했다. 문 전 대표는 60.2%의 득표율로 각각 20.0%, 19.4%를 얻은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의 3배가량 득표했다. 지난해 4·13총선 때 호남에서 나타난 민주당과 문 전 대표에 대한 거부감을 불식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이로써 그는 ‘제1당 대선 후보’에 한층 가까이 다가갔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이래 모든 진보성향 후보는 호남을 디딤돌 삼아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안도하기는 이르다. 호남 선거인단은 전체 선거인단의 20%가량이다. 내일은 안 지사의 홈그라운드인 충청권 경선이 기다리고 있고, 31일 영남권을 거쳐 내달 3일 마지막 관문인 수도권 경선을 통과해야 한다.

그의 압승은 역설적으로 ‘문재인 대항마’를 위한 정치권의 연대론을 가속화할 수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제기한 ‘보수후보 단일화’에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도지사까지 ‘우파-중도후보 단일화’로 가세한 형국이다. 현재로선 독자 완주를 강조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가세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유권자들도 ‘문재인이냐, 아니냐’의 선택에 나서면서 확실한 반문(반문재인) 주자 밀어주기로 표 결집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비토 세력과의 싸움’이라는 문 전 대표의 본격 레이스는 이제 시작된 셈이다.

그동안 문 전 대표는 ‘뺄셈의 정치’만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보다는 ‘적폐 대청산’ 같은 과거에만 매달렸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같은 최대 안보 현안에는 별다른 대안도 없이 “차기 정부에 넘겨주면 잘하겠다”는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래서야 불신과 불안의 ‘반문 장벽’만 견고히 할 뿐이다.

문 전 대표는 ‘더 준비된 대통령’을 내세운다. 변호사 활동, 청와대 근무, 국회의원과 정당 대표, 나아가 실패한 대선 후보 경력까지 참으로 다채롭다. 하지만 그는 청와대 참모로서 대통령 측근 비리를 막지도 못했고, 사회적 갈등 해결에도 한계를 드러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지금까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었지만 앞으로는 집권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문 전 대표는 어제 광주에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못다 이룬 지역통합 대통령,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국민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제부터라도 말로만이 아닌, 진정한 포용과 타협의 ‘덧셈 정치’를 보여주기 바란다. 무엇보다 차기 대통령은 당선 즉시 인수위원회도 없이 대통령직 업무에 들어가야 한다. 문 전 대표가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다면 그 즉시 외교안보, 경제를 함께 책임질 수장들을 중심으로 섀도 캐비닛을 공개하고 유권자의 판단을 구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더불어민주당#호남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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