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에, 이사장실서 아베가 준 돈이라며 봉투 건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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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토모 학원 이사장 日국회 증언 “명예로운 일이라서 선명하게 기억”
입막음용 메일 받은 사실도 폭로
日관방 “사실 아니다” 거듭 주장… 아키에 예산배정 개입 의혹도 돌출

“2015년 9월 5일 아키에(昭惠) 여사가 우리 유치원에서 강연을 하기 전 이사장실에서 단둘이 되자 ‘(남편인) 아베 신조(安倍晋三)로부터’라며 봉투를 내밀었다. 아키에 여사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워낙 명예로운 일이어서 선명하게 기억한다.”

속칭 ‘아키에 스캔들’의 핵심 인물인 오사카(大阪) 모리토모(森友) 학원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 이사장은 23일 국회 증언대에서도 아키에 여사로부터 기부금 100만 엔(약 1004만 원)을 받았다는 자신의 폭탄발언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강연 사례금으로 아키에 여사에게 10만 엔을 줬다고도 했다.

국유지 헐값 매각과 관련해선 2015년 10월 국유지 임대 기간을 늘리고자 아키에 여사의 휴대전화로 전화했으나 받지 않아 메시지를 남겼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달 뒤 총리관저의 총리 부인 담당 직원이 “현재로서는 요청에 따를 수 없다. 이 건은 아키에 여사에게도 보고했다”고 적힌 팩스를 자신에게 보내왔다면서 이를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가고이케 이사장은 “그 뒤 변호사에게 토지 거래 교섭을 맡겼는데 2016년 최종적으로 토지 가격이 8억 엔 가까이 할인돼 당시 조금 놀랐다”며 “정치적 관여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이 문제가 터진 뒤 아키에 여사로부터 “남편도 큰일에 휘말린 것이 되니 이해해 달라”며 입막음이라 여겨지는 메일이 왔다고 폭로하면서 “도마뱀 꼬리 자르기처럼 나에게만 죄를 뒤집어씌울 게 아니라 다른 관계자도 불러 진상 규명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아베 총리는 이 문제와 관련해 “나나 아내가 관여했다면 총리도 국회의원도 그만두겠다”(2월 17일), “아내에게도 확인했으나 영수증 등의 기록도 없고 기부는 하지 않았다”(3월 17일)며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가고이케 이사장의 주장에 대해 “아베 총리는 (기부금을) 주지 않았다”고 재차 주장했다. 아베 총리도 이날 기자들에게 “지금까지 말해온 바 그대로, 스가 관방장관이 말한 그대로”라고 짧게 말했다. 국회는 24일 아베 총리도 참석하는 참의원 예산위에 재무성 등의 관계자를 불러 증언을 듣기로 하는 등 앞으로도 관련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아키에 여사가 정부 예산 지원에도 관여했다는 새로운 의혹도 불거졌다. 22일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서 야당 측은 비정부기구(NGO)인 ‘일본국제민간협력회’ 이사인 마쓰이 사부로(松井三朗) 교토(京都)대 명예교수의 강연 영상을 놓고 의혹을 제기했다. 마쓰이 교수는 2월 11일 강연에서 “케냐에 화장실을 설치하는 사업에 대해 외무성 관료가 이해를 못 해줘서 아베 총리 부인을 찾아갔는데, 바로 그날 밤 예산 8000만 엔(약 8억300만 원)을 배정받았다”며 “이 부부의 핫라인은 대단하다”고 말했다. 외무성은 “NGO 예산을 어디에 분배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해당 단체에 알아보니 마쓰이 교수가 오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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