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근대건축물, 문화 관광자원으로 재생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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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일본식 가옥-삼례역 양곡창고… 체험관광 명소-나들이 코스로 인기
김중업 유작 군산시민문화회관 등… 12곳 재활용 선도사업으로 압축

1914년 건립된 전북 익산 춘포역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간이역이다. 익산문화재단에서 전시시설(간이역 박물관)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북도 제공
1914년 건립된 전북 익산 춘포역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간이역이다. 익산문화재단에서 전시시설(간이역 박물관)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북도 제공
전북 군산은 일제강점기 호남평야의 쌀을 일본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건설된 계획도시였다. 일제강점기 말 군산에는 1만 명이 넘는 일본인이 살았다. 그러나 일본인이 살던 일본식 가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둡고 우중충한 도심 속 흉물이었다.

군산시는 옛 도심에 널려 있던 일본식 가옥을 근대역사지구로 묶어 개발했다. 현재는 전주 한옥마을에 버금가는 역사교육의 장이자 체험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도심 속 천덕꾸러기였던 경암동 폐선로는 어렵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도보 여행자의 필답코스이자, 사진작가들이 몰리는 ‘군산 경암동 기차마을’이 됐다.

완주 삼례역 주변 양곡창고도 을씨년스럽게 방치된 폐건축물이었으나 지금은 전주 근교 주민들의 주말 나들이 코스인 삼례 문화예술촌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비어 있던 양곡창고는 책 박물관과 미술관, 목공예 전시장, 분위기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바뀌었다. 무주 북창리 폐광산 동굴은 무주 특산품인 머루와인을 저장하고 마셔보는 체험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전북도와 14개 시군이 곳곳에 산재한 근대건축물과 시설들을 문화 관광 자원화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용하지 않는 간이역과 문화회관, 버려진 광산, 지금의 마을회관 격인 공회당 등이 대상이다.

지난해 전수 조사를 통해 예술공간 등으로 재활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1차 대상 시설 56곳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12곳을 재활용 선도사업 대상지로 압축했다. 현대건축의 거장으로 꼽히는 건축가 김중업의 유작인 군산시민문화회관, 군산 출신 소설가인 백릉 채만식의 대표소설 ‘탁류’의 배경이 된 군산내항 째보선창,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간이역인 익산 춘포역(1914년) 등이 대표적이다.

전주권에서는 전주시민에게 물을 공급하던 완주 상관정수장, 방공호와 비상시 지휘시설로 활용되다 폐쇄된 전주 완산공원 충무시설 등이 선도사업 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임실 삼계면 공회당도 포함됐다.

동부권에선 양잠산업 중흥기를 이끌었던 무주 오산리 제사공장, 일제강점기 금광촌으로 이름을 날렸던 무주 안천 노채마을 금광굴이 꼽혔다. 남원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옛 KBS남원방송국, 옛 남원읍성 북문 터에 건축된 옛 남원역도 대상이다. 옛 KBS남원방송국은 문화체육관광부의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공모에 선정돼 남원아트센터로 바뀐다.

옛 남원역은 남원읍성 복원사업과 연계한 도시 공원화로 가닥이 잡혔다. 남원시는 다음 달 철도공사로부터 남원역을 사들여 시차도서관과 산책로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익산 춘포역은 전주∼군산 100리 벚꽃길 복원과 연계해 활용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폐교된 초중고교 건축물은 재활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교육청이 대부분 다른 용도로 활용 중이거나 임대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오래된 폐교는 모두 40여 곳이었다.

오택림 전북도 기획관은 “방치된 건축물을 잘 활용하면 주민들 쉼터이자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활용방안을 구체화한 뒤 중앙 부처 공모사업이나 자치단체 시책사업과 연계해 재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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