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EU’ 무소속 마크롱 1위 질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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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대선 후보 5명 첫 TV토론… 이민 정책 등 싸고 날선 공방

“나는 (유럽연합에 끌려다니며) 메르켈(독일 총리)의 부총리가 되고 싶지 않다.”(마린 르펜)

“당신과 달리 나는 (러시아 대통령) 푸틴과 결탁하지 않는다.”(에마뉘엘 마크롱)

20일 공영방송 TF1이 주최한 프랑스 대선 1차 TV 토론에서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무소속 마크롱과 국민전선(FN) 르펜이 거세게 맞붙었다.

마크롱이 “왜 우리는 유럽에 대해 말하지 않나. 나는 유럽을 말하는 유일한 후보”라고 하자 르펜은 “나는 유럽연합(EU)이 아닌 프랑스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며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에 세금을 매기는 경제 애국주의를 실현하겠다”고 보호주의로 맞섰다.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이 유로존을 떠나겠다는 르펜을 향해 “당신은 이 나라를 대혼란으로 이끌 셈이냐”고 비판하자 르펜은 “그런 말로 공포를 조장하는 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전에나 가능했다”고 맞받았다.

이날 TV 토론에는 후보 11명 중 지지율 10%가 넘는 5명이 참석했다. 극좌인 좌파당의 장뤼크 멜랑숑부터 집권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 중도 마크롱, 우파 피용, 극우 르펜이 3시간 30분 동안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르펜은 “나는 마크롱과 달리 부르키니(이슬람 여성이 입는 몸을 가리는 전신 수영복)를 찬성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이슬람 극단주의가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라며 특유의 프랑스 정체성을 강조했다. 이어 “불법과 합법 이민을 모두 제한하고 1년에 이민자를 1만 명만 받아야 한다”며 “경찰 인력을 늘리고 감옥 4만 개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마크롱은 “부르키니를 프랑스를 분열시키는 데 쓰지 말라”며 “당신은 테러리스트들의 덫에 빠져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최근 지지율 1위로 뛰어오른 마크롱에 대한 연합 공격도 펼쳐졌다. 르펜과 좌파 성향의 아몽, 멜랑숑은 은행가 출신으로 친기업 성향이라고 평가되는 마크롱이 기업들의 로비에 취약할 것이라는 공격을 쏟아냈다. 르펜은 마크롱을 향해 “7분 동안 당신의 말을 들었는데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며 “당신도 스스로 뭘 원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중도를 표방하는 마크롱의 좌우 줄타기와 짧은 정치 경력의 아마추어리즘을 비판한 것이다.

이에 마크롱은 “좌우 사이에 추만 왔다 갔다 하는 정권 교체가 아닌 진짜 권력 교체를 이루겠다”며 “프랑스 정치를 완전히 재편하겠다”고 강조했다. 가족들의 허위 채용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피용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토론 직전 여론조사기관 엘라브가 예상한 1차 대선투표 득표율은 마크롱 25.5%, 르펜 25%, 피용 17.5%였다. 이날 토론회는 같은 시간대 평균보다 2배 이상 많은 980만 명의 시청자가 지켜볼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다음 달 23일 1차 투표 전까지 두 번의 TV 토론이 더 열린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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