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어린이집 신청, 엄마는 속터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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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복지부 입소대기 시스템 통합 지연… 학부모 불편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서울시의 인터넷 보육포털 시스템을 이용하는 부모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자체적으로 온라인 입소 대기 신청 시스템을 보유한 서울이지만 낙후된 시스템 운영체제로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의 부모들은 2014년부터 보건복지부의 ‘아이사랑’ 임신육아종합포털에 접속해 어린이집 입소 대기 신청을 한다. 서울시 부모들은 그보다 5년 전인 2009년 개발된 ‘서울시 보육포털 서비스’(보육포털)를 사용해야 한다. 당초 보육포털 서비스는 올해 아이사랑에 통합될 계획이었지만 작업이 지연되어 부모들의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집에 결원이 생기면 기초생활수급자 여부 같은 우선순위를 고려한 점수 순서대로 대기 아동의 입소가 이뤄진다. 다른 광역단체의 부모들은 아이사랑에 아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 실명인증을 하면 우선순위임을 증빙하는 대부분의 서류가 자동으로 등록되고 처리된다. 반면 서울시는 관련 서류를 ‘민원24’ 같은 다른 온라인 사이트에서 직접 챙겨야 한다. 장애인연금수급확인서처럼 온라인으로 발급할 수 없는 서류는 주민센터를 방문해야 한다.

복지부는 주민등록번호 실명인증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아이사랑에서는 입력한 아이의 이름과 주민번호가 정확하면 복지부 산하 사회보장정보원이 관리하는 보육통합정보시스템과 자동으로 연동돼 편리하다. 하지만 서울시는 부모가 입력한 아이의 이름과 주민번호가 정확한지조차 확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부모가 아이의 정보를 잘못 입력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10개월 된 딸을 키우는 직장인 변모 씨(32·서울 마포구)는 지난달 보육포털에 아이의 주민번호를 입력했다가 ‘다른 보호자가 이미 등록한 아동’이라는 메시지가 뜨는 것을 봤다. 다른 학부모 아이의 주민번호가 실수로 잘못 입력됐는데 이 번호가 공교롭게도 자신의 딸 주민번호였던 것이다.

어린이집 종사자들도 업무 과중을 호소하고 있다. 아이사랑은 특정 아이가 현재 어린이집에 등록돼 있는지 확인하는 재원생 연계시스템을 사용한다. 그러나 보육포털은 대기 아동이 다른 어린이집에 다니거나 중복 합격했는지 알 수가 없어 직접 전화로 확인해야 한다.

이런 혼란은 아이사랑이 개발될 때 예견됐다. 복지부 아이사랑은 서울시 보육포털과 추후 통합을 전제로 2014년 개발을 승인받았다. 그러나 2015년 하반기 3개년 계획으로 시작된 통합 논의는 계속 미뤄졌다. 시스템이 통합돼 30여만 명에 이르는 서울시의 어린이집 입소 대기 인원이 아이사랑으로 유입되면 민원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 복지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온 것이다.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의 입소 대기 아동은 약 50만 명이다.

복지부와 시스템을 통합해야 하는 서울시로서는 자체 예산을 들여 보육포털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시스템 데이터베이스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전문 상담인력도 두 명뿐이지만 늘리지도 못한다.

복지부와 서울시는 결국 이달 9일에야 시스템 통합 관련 첫 실무자회의를 열었지만 구체적으로 논의가 진척되지는 않고 있다. 늘어날 민원에 대응할 방안과 예산 같은 세부적인 사안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올해 통합 작업이 마무리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어린이집#신청#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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