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MVP, ‘우리’를 정상으로 이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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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5시즌 연속 통합우승 주역 맏언니 임영희-에이스 박혜진

우리은행을 5시즌 연속 통합 우승으로 이끈 최고참 임영희(37)와 에이스 박혜진(27)은 서로를 최우수선수(MVP)로 불렀다. 임영희는 박혜진의 성장이, 박혜진은 임영희의 리더십이 팀을 정상에 올려놨다고 치켜세웠다.

20일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의 3차전은 박혜진이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고, 임영희가 우승에 쐐기를 박은 경기였다. 이날 우리은행은 득점력이 살아난 삼성생명에 고전하면서 4쿼터까지 68-68 동점을 기록했다. 박혜진은 66-68로 뒤진 경기 종료 5초 전에 얻은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그는 삼성생명 팬들의 함성 등 방해를 이겨내며 승부사다운 기질을 보였다. 박혜진은 “상대 팬들의 함성을 날 위한 응원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장전에서 가장 빛난 선수는 임영희였다. 이날 미들 슛 난조를 보인 임영희는 4쿼터까지 10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연장전에서 우리은행이 72-70으로 근소하게 앞선 상황에서 과감한 돌파에 이은 골밑 슛으로 연달아 득점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임영희는 1, 2차전에서는 모두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연장 접전 끝에 83-72로 승리한 우리은행은 시리즈 전적 3승으로 정상에 올랐다. 우리은행은 자신들이 보유한 여자프로농구 최다 챔프전 우승, 통합 우승 기록을 각각 9회, 8회로 늘렸다.

19득점, 11어시스트를 기록한 박혜진은 3년 연속 챔프전 MVP(기자단 투표)에 선정됐다. 그는 포인트가드로 변신한 이번 시즌에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를 모두 석권했다. 임영희는 “우승은 포지션 변화에 완벽히 적응하며 성장을 이뤄낸 혜진이 덕분이다”라고 칭찬했다. 반면 박혜진은 맏언니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시즌 초반 주장인 양지희 언니가 부상 중일 때 영희 언니가 코트 위에서 중심을 잡아줬다. 그때 위기를 잘 넘겼기에 우승을 했다”면서 “나와 감독님 마음속 MVP는 언제나 영희 언니다”라고 말했다.

임영희는 시련을 이겨내고 뒤늦게 꽃을 피운 선수다. 1999년 신세계에 입단한 뒤 10년 동안은 주로 후보로 뛰었다. 2009년에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었지만 팀은 2011∼2012시즌까지 매년 꼴찌를 맴돌았다. 그런 그의 인생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12년 4월부터다.

2012년 4월 우리은행은 신한은행의 6연속 통합 우승을 도운 위성우 코치를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선수들 사이에서 “훈련장 옆을 지나가는 개가 부러울 정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혹독한 훈련을 실시한 위 감독이지만 임영희는 이를 참아내며 체력과 기술을 키웠다. 그 덕분에 임영희는 프로 입단 동기인 신정자, 변연하 등 스타들이 대거 은퇴한 가운데 꿋꿋하게 코트를 누비고 있다. 위 감독을 만난 시기에 임영희는 또 다른 전환점을 맞았다. 5년 연애 끝에 유재선 씨(38)와 결혼하면서 ‘주부 선수’가 됐다. 유 씨는 주말 경기마다 경기장에 찾아와 아내를 응원하는 지원군이 돼 주고 있다. 이날 용인체육관에서 만난 유 씨는 “우승도 차지했으니 올해 아내 생일에는 돼지고기 김치찌개 등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다.

용인=정윤철 trigger@donga.com·임보미 기자

#우리은행#임영희#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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