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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드갈의 한국 블로그]배려가 아쉬운 서울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

입력 2017-03-21 03:00:00 수정 2017-03-2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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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
얼마 전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저녁을 대접했다. 이 일을 몽골에 계신 부모님과 가족에게 알렸더니 돌아오는 답이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정말 놀랍게도 그것이 맞는 말이란 것을 일상생활에서 늘 경험한다.

한국에서 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때 사람들이 자리를 양보해주지 않으면 화가 나기도 하고 이 때문에 울기도 했다. 언젠가 네 살 난 딸하고 지하철을 탔을 때다. 자리도 양보해 주지 않고 눈을 꼭 감고 있는 승객들을 보고 양심과 배려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마음에 여유가 생겼는지 이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며 나도 많이 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특별시, 그중에서도 사람이 제일 많이 밀집된 곳 가운데 하나인 서울역 근처에 산다. 여기로 이사 온 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가끔씩 조용한 시골 생각도 나지만, 매일매일 바쁜 발걸음을 보이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더욱더 삶에 대한 가치와 시간에 대한 중요성을 깨치는 것 같다.

물론 안 좋은 점도 있다. 휘황찬란한 불빛과 달리 서울역 부근에 있는 노숙인들을 볼 때마다 우울해지고 힘든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우리 아이가 “아저씨들이 왜 누워 있어?” 하고 물어볼 때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도 했다. 차라리 보여 주지 말 것을 괜히 보여 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분들도 사회 구성원이라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사람들은 점점 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에는 건강해 보이는 사람들마저 공공장소에서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이것도 사회가 우리에게 주는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아이를 동반하고 있는 사람들과 임산부,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분들을 도와주기는커녕 눈감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정말 많이 놀랐다.

지하철에서도 임산부 좌석에 멀쩡한 남성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면 양심과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나의 경험에 불과하다. 몽골에서는 이런 노약자들에게 자리 양보를 잘해 주고, 무거운 짐도 들어주는 사람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뿐이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며 걸어 다니는 사람과 술을 마시고 식당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참으로 무서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엄마들은 최대한 그런 사람들 옆을 멀리 피해 가려고 노력한다. 단지 담배 냄새 때문이 아니라 담뱃불이 아이 얼굴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 하나하나를 체크하며 고민하고 다니면 벌써 머리와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제일 안타까운 것이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적응하고 있고 잘 피해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고 우리는 최선을 다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편안하게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여러 번 했다. 다소 엉뚱하고 재미있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서울역같이 사람이 많은 곳에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이나 자원봉사자를 두면 어떨까 한다. 마음속 상처가 많은데도 치료할 여유도 없이 바쁘게 다니는 사람들을 위해 귀여운 캐릭터 인형복을 입고 안아주고, “힘내요” 하는 말을 들려주면 외롭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약이 되지 않을까 싶다.

조금만 멈춰서 생각해 보면 우리는 서로 너무나 비슷하다.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자기 자신을 대하듯 서로 이해할 수 있다면 모두가 만족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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