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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정형선]정치가 국민의 삶에 덕이 되려면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입력 2017-03-20 03:00:00 수정 2017-03-2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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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최근 기획재정부가 ‘8대 사회보험 통합 중기 추계’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급여액은 52조6000억 원(GDP 대비 3.2%)이었는데 2025년에는 111조6000억 원(4.7%)이 된다. 1인당 건보급여비는 작년 95만 원에서 2025년 180만 원으로 약 2배가 된다. 증가의 원인으로는 노인 진료비가 지목됐다. 65세 이상 인구의 건보급여비 비중이 작년 38.7%에서 2025년엔 49.3%까지 오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2018년부터 적자로 전환되어, 현재 21조 원인 적립금이 2023년경 소진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왔다.

건강보험은 한 해의 보험료 수입으로 그해의 의료비를 충당하는 대표적인 단기보험이다. 따라서 의료비 지출 규모에 대한 중장기 추계가 중요하지, 흑자나 적자의 규모에 대한 중장기 추계는 큰 의미가 없다. 장기보험인 국민연금과는 성격이 한참 다른 것이다. ‘적립금 소진’이라는 기재부 발표가 ‘공포 마케팅’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니, ‘공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의도적으로 과장된 추계를 했을지도. 원래 추계(projection)라고 하는 것은 예보(prediction)와는 달라서 미래의 어느 시점에 실제로 시현될 수치와 일치하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미래의 실현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불행한 상황의 도래를 피하는 데 방점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추계는 ‘과학(science)이기보다는 예술(art)’에 속한다.

건보에서 적자가 계속되어도 2023년이 되어야 적립금이 없어진다면, 이는 오히려 단기보험으로서의 건강보험이 현재 불필요한 적립금을 쌓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료를 내리든지 의료비 보장 수준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는 기재부는 왜 이 시점에서 이러한 추계 결과를 발표했을까.

첫째, 20조 원 이상이 쌓여 있는 건강보험 적립금의 금융자산적 가치를 활용하고 싶을 것이다. 이러한 의도는 ‘적립금이 한시적으로 존속하는 기간 동안 적립금 운용수익률을 제고’하고, 이를 위해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 투자 관리 방식 선진화’를 하겠다는 기재부 차관의 언급에서 확인된다.

둘째, 무분별한 대선 공약을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정치권에 보내고 싶을 것이다. 대선 때마다 난무하던 ‘무상의료’의 기시감이 작동했을 수도 있다. ‘공포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일 수 있다.

건강보험제도의 주된 기능은 의료비 재원의 조달에 있다. 국민은 평상시 ‘건강보험료’를 내서 이러한 재원을 마련하지만, 일단 병이 나면 ‘본인부담’을 추가적으로 하게 된다. 두 재원 모두 최종적인 출처는 국민이니 의료비 규모의 증가는 국민 부담의 증가를 의미한다. 따라서 적정 의료의 제공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한 의료비의 규모는 커지지 않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료비 지출 규모가 같더라도, 사전에 내는 ‘건강보험료’를 높이고 의료 현장에서 지불하는 ‘본인부담’을 낮추어야 한다. 건강보험료는 ‘지불 능력’에 따라 즉, 부자가 더 많이 내지만, 본인부담은 가난한 사람도 똑같이 내야 하기 때문이다. 민영보험료 부담을 줄이고 건강보험료 부담을 늘려야 하는 것도 이러한 형평성 효과 때문이다. 이것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이기도 하다. 같은 건강보험료라면 ‘지불 능력’을 정확히 측정해서 부과해야 한다. 대선정국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은 이를 위한 것이다. 정치가 국민의 삶에 덕(德)이 될 날을 기다린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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