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 총탄 ‘5·18 헬기사격’ 진실규명 열쇠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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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시민기증 탄피 6개 감식의뢰… 중화기 종류-생산시기 등 22일 통보
벌컨포 추정 탄피 5개 1979년 생산

5·18기념재단은 1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감식을 끝낸 벌컨포 추정 탄피 5개와 다른 중화기 탄피 1개를 돌려받았다. 이들 탄피 6개는 뇌관을 치는 격발장치인 공이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어 실제 사격이 이뤄진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5·18기념재단은 1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감식을 끝낸 벌컨포 추정 탄피 5개와 다른 중화기 탄피 1개를 돌려받았다. 이들 탄피 6개는 뇌관을 치는 격발장치인 공이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어 실제 사격이 이뤄진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이모 씨(61·광주 북구 동림동)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충남 서산 간척지 매립 공사장 덤프트럭 보조로 일했다. 그는 “매립 공사장이 난시청 지역이었지만 간혹 뉴스가 보여 5·18이 일어난 것을 알게 됐다”며 “광주에 가고 싶었지만 차 주인이 말렸다”고 했다. 이 씨는 1980년 5월 27일 신군부가 시민군을 유혈 진압한 직후 광주로 돌아왔다.

그는 당시 광주 남구 주월동 월산마을에서 살았는데 사돈에게서 ‘누군가 봉주초등학교 옆 논두렁에 탄피를 버렸다’는 말을 들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1980년 5월 말 논두렁에서 벌컨포 탄피로 추정되는 탄피 2개와 다른 중화기 탄피 1개를 주웠다. 이후 인근 산에서 대검 2자루도 주웠다. 그는 이후 총기 수거령이 내려지자 대검은 버렸지만 탄피 3개는 커피 병에 넣어 뒀다.

이 씨는 1월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10층에서 헬기 사격으로 추정되는 총탄 흔적이 발견됐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보관하던 탄피 3개를 5·18기념재단에 기증했다. 이 씨는 “헬기 기총소사가 있었는지 5·18 진실을 밝히는 데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모 씨(62·전남 나주시 남평읍)는 1980년 5월 21일 광주 북구 기계 공장에 출근했다. 그는 공장이 조업을 멈추자 동구 금남로 전남도청까지 걸어가다 골목길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던 남성 한 명을 발견했다. 김 씨가 이 남성을 구조하려 하자 주변 사람들은 공수부대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말렸다. 그가 부상 남성을 부축하는 순간 공수부대원들이 곤봉으로 머리 등을 10여 대 가격했다. 머리가 터지고 손가락이 골절된 채 정신을 잃었다.

김 씨가 정신을 차려 보니 공수부대원들은 없었다. 이후 시민군 차량을 타고 나주시 남평읍 집까지 돌아와 치료를 받았다. 사흘 뒤인 24일 오후 3시경 고립된 광주 상황이 궁금해진 김 씨는 나주시 남평읍과 광주시를 연결하는 고개 한두재에 갔다. 한두재 정상 중턱에 검정색 브리사2 승용차가 세워져 있었다. 차량 운전대에서 운전자 좌석까지 손가락 굵기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운전석에 머리카락 20여 가닥이 흩어져 있었지만 핏자국은 없었다. 김 씨는 차량에서 5m가량 떨어진 곳에서 벌컨포 추정 탄피 3개를 주워 집으로 돌아와 비료봉지에 넣었다.

이후 1989년 국회 광주특위청문회에서 고 조비오 신부가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가 있었다’고 증언하는 뉴스를 봤다. 나주시청 공무원으로 일하던 그가 “탄피를 공개해야겠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일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며 만류했다.

김 씨는 지난달 8일 윤장현 광주시장이 ‘헬기 총격과 관련된 5·18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한 뉴스를 보고 탄피 3개를 5·18기념재단에 기증했다. 김 씨는 “지금이라도 당시 신군부가 잘못을 인정하면 좋겠다”고 했다.

광주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두 사람이 기증한 탄피 6개의 감식을 의뢰했다. 그 결과는 22∼23일 통보될 예정이다. 벌컨포 추정 탄피 5개는 1979년 생산됐다는 분석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 증거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머지 1개는 중화기 종류, 생산 시기도 함께 통보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는 국과수에 헬기에서 쏜 것으로 추정되는 총탄 자국이 발견된 전일빌딩 10층 천장에 총탄이 남아 있는지 추가 조사를 의뢰했다. 37년이 흘러 나타난 총탄은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의 진실을 확인하는 데 결정적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군 문서에는 5·18 당시 벌컨포로 무장한 코브라 공격헬기 등이 광주에 투입됐다는 기록이 있다”며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물론 발포 명령자와 희생자 암매장 등 밝혀지지 않은 5월 진실 규명에 주력할 것”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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