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기업 1만여곳 아세안서 돌파구 찾아… 정부도 ‘新남향정책’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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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하나의 중국’ 거부한 대만에도 작년부터 경제보복
중국인 관광객 작년 하반기 35%↓
韓 34%↑日16%↑… 전체 2.4% 늘어

대만 기업 플래닛팝의 리자스(李佳석·35) 최고경영자(CEO). 회사를 세계적인 팝콘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 지난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 인도 등 10여 개국에 진출했다. 그는 최근 대만 영문매체 ‘타이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동남아를 발판으로 세계시장으로 갈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정부는 이런 기업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만 국가경제 전략의 핵심으로 삼은 신(新)남향 정책의 일환이다. 중국에 의존해 온 경제·무역 구조를 동남아 남아시아 호주 뉴질랜드로 다변화해 신(新)성장동력 발굴과 일자리 창출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과도한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효과도 기대한다. 대만 정부는 지난해 동남아 진출 기업 지원을 위한 ‘아세안 전략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시작해 올해 4620만 달러(약 530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친미 성향 차이 총통은 중국이 요구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중국은 지난해 5월 차이 정권 출범 이후 경제 보복을 본격화했다. 규모가 가장 큰 중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해 하반기(7∼12월)에 34.7%나 줄었다. 중국은 정부가 제한한 적 없고 민간이 스스로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에 대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방식과 판박이다. 대만 무역총액의 20%인 대중국 무역액(지난해 1∼10월) 역시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대만 정부는 일희일비하는 대신 자국 기업의 동남아 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것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지난해 1∼9월 대만 기업들의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투자액이 22억1300만 달러(약 2조5360억 원)였다. 2014년 11억5900만 달러에 비해 약 두 배 늘었다. 현재까지 대만 기업 약 1만1000곳이 아세안 국가에 투자한 총액은 88억 달러에 이른다.

기업의 동남아 진출과 연계한 동남아 유학생 유치 전략도 눈길을 끈다. 대만 기업이 동남아 현지에서 고용할 인적 자원으로 대만에서 공부한 유학생들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동남아 남아시아 국가에서 온 유학생은 3만1531명. 전체 유학생의 27%로 2015년 2만5500명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중국의 관광 통제에는 다변화로 대응하고 있다. 대만관광협회는 한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난해 7월 부산에도 사무소를 냈다. 태국에는 지난해 8월부터 1년 기한 비자 면제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은 줄었지만 한국(34%) 일본(16%) 태국(57%) 베트남(34%) 필리핀(23%)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체 관광객 수가 1043만 명으로 전년 대비 2.4% 늘어났다. 신남향 정책 대상인 아세안 남아시아 호주 뉴질랜드 등 16개국 전체 관광객 수는 42.8% 늘어났고, 한국인 관광객도 30.9% 증가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대만 기업#아세안 돌파구#남향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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