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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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이병률(1967∼ )

면아 네 잘못을 용서하기로 했다
어느 날 문자메시지 하나가 도착한다
내가 아는 사람의 것이 아닌 잘못 보내진 메시지
누가 누군가를 용서한다는데
한낮에 장작불 타듯 저녁 하늘이 번지더니
왜 내 마음에 별이 돋는가
왈칵 한 가슴이 한 가슴을 끌어안는
용서를 훔쳐보다가
왈칵 한 가슴이 한 가슴을 후려치는
불꽃을 지켜보다가
눈가가 다 뜨거워진다

… … …
 
별이 쏟아낸 불똥을 치우느라
뜨거워진 눈가를 문지르다
창자 속으로 무섭게 흘러가는 고요에게 묻는다
정녕 나도 누군가에게 용서받을 일은 없는가

 
너무나 우연한 일이었다. 어느 날, 시인의 휴대전화에는 낯선 문자가 와 있었던 것이다. 내게로 올 메시지가 아니었던 한 문자. 누군가 내가 모르는 한 사람이 역시 내가 모르는 다른 사람에게 보낸 문자. 정작 받아야 할 이의 이름은 ‘면’, 문자를 보낸 이는 그를 친근하게 이름으로 불렀다. 그런데 시인은 ‘면이’도 ‘면이’의 지인도 알지 못했다.

우연이었을 뿐 아니라 몹시 사소한 일이었다. 뭐야, 누가 이렇게 바보 같은 실수를 했어. 누군가는 이런 반응을 하며 문자를 지웠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은 짜증을 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시인은, 자신에게 온 것도 아닌 이 문자를 받고 덜컥 울어버렸다. 시인이 알지도 못하는 ‘면이’의 지인이 ‘면이’를 용서한다는 그 말에, 지구의 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을 용서한다는 그 말에 시인의 마음은 지진처럼 흔들렸던 것이다.

시인의 말에 의하면 한 마음이 다른 마음을 끌어안는 것, 한 마음이 다른 마음과 쾅하고 만나는 것이 바로 용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어려운 기적 앞에서 시인은 자신에게 죄 지은 자를 떠올리는 대신 스스로의 죄를 점검하고 있다. 깨끗한 마음은 본시 깨끗함만을 사랑하는 법, 딱히 지은 죄가 없어도 어디 먼지가 없나 주변을 툭툭 털어보고 싶다.

이렇게 실수와 사소함 따위도 가슴에 품고 다닐 별이 될 수 있다. 당혹스러운 문자마저 별 같은 사건이 될 수 있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이 시를 보니, 정녕 마음이 세계의 진짜 주인이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별#이병률#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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