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자동차 해킹? ‘난공불락’ 양자암호가 지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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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해킹 ‘창’과 ‘방패’ 전쟁

아무리 큰 수라도 양자알고리즘에 입력하면 단시간에 소인수분해를 할 수 있다. 만약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소인수분해 원리를 응용해서 만든 암호문은 모두 뚫리게 된다. 암스테르담 국립수학전산학연구소(CWI) 제공
아무리 큰 수라도 양자알고리즘에 입력하면 단시간에 소인수분해를 할 수 있다. 만약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소인수분해 원리를 응용해서 만든 암호문은 모두 뚫리게 된다. 암스테르담 국립수학전산학연구소(CWI) 제공
우리는 컴퓨터 통신망으로 촘촘하게 연결된 사회에 살고 있다. 인류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준 것이 사실이지만, 개인 정보가 항상 노출될 위험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암호’를 통해서 개인 정보를 보호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복잡하다 해도 그 암호 역시 인간이 만든 것이다. 영화처럼 천재 해커가 풀어내거나 성능 좋은 컴퓨터가 나타나면 뚫릴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양자역학을 활용해 해킹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소문난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 기술 얘기가 여기저기서 솔솔 나온다.

○ 소인수분해 암호 방식, 양자컴퓨터는 쉽게 해독


현재 많이 쓰이는 암호화 방식은 소인수분해를 이용한 ‘RSA 공개키 암호 방식’이다. 소인수분해란 어떤 수를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소수로 나누는 것을 말한다. 12를 소인수분해하면 2×2×3이 된다. 마치 정문 앞에 커다란 수를 걸어 놓고, 이를 소인수분해 해야만 문을 열어주는 방식이다.

‘12’ 같은 간단한 수야 계산하면 되지만, 자릿수가 엄청나게 많다면 소인수분해에 10년, 아니 수백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이런 특징을 이용해서 암호 해독이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보안 전문가들은 RSA 암호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응용수학자 피터 쇼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수학과 교수가 1993년(당시 벨연구소 근무)에 아무리 큰 수라도 쉽게 소인수분해 할 수 있는 양자 알고리즘을 만들면서 RSA 암호의 위기설이 본격화됐다.

실제로 양자 알고리즘을 수행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가 만들어진다면, 소인수분해 원리를 따르는 공개키 암호문은 모두 뚫리게 된다. 큰 수로 무장한 암호가 ‘방패’라면 소인수분해 기술을 탑재한 양자컴퓨터는 이를 무너뜨릴 수 있는 ‘거대한 창’이 되는 셈이다.

○ 양자컴퓨터는 배낭 암호로 막는다?


과학자들은 기존 암호를 무너뜨릴 창과, 어떤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는 방패에 대한 연구를 함께 하고 있다. 네이선 햄린 미국 워싱턴주립대 수리통계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최근 ‘배낭 문제’를 활용해 양자컴퓨터의 공격에서 공개키 암호를 보호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담을 수 있는 물건의 무게가 정해진 배낭이 있다면, 여기에 무게를 초과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물건을 담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을 ‘배낭 문제’라고 한다. 정답은 없지만 다양한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최근 학계에서는 양자컴퓨터의 공격에 맞설 공개키 암호 방식으로 배낭 암호에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RSA 암호는 소인수분해만 하면 되는 데 비해 배낭 암호는 배낭을 쌀 수 있는 많은 경우의 수를 다 감안해야 한다. 해커 입장에선 해독을 하기 더 어렵다. 이 논문은 이산수학 저널 최신호(1월 23일자)에 공개됐다.

○ 난공불락 양자암호, 누구도 알 수 없어

양자컴퓨터와 같은 원리로 만든 ‘양자암호’도 최근 새로운 방패로 주목받는다.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0과 1로 정보를 처리한다. 그런데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는 00, 01, 10, 11의 4가지 상태로 정보를 인식하기 때문에 훨씬 복잡하다.

게다가 양자암호는 해커가 중간에서 암호를 가로채는 순간 변질되는 특성이 있다. 여기서 양자는 독특하게도 0과 1의 상태를 모두 띠고 있는데, 해커가 보는 순간 0이나 1 어느 한쪽으로 상태가 결정된다. 통신 과정에서 해커가 도청을 했다면 내용이 변질된 상태로 도착하기 때문에 도청 사실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김재완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는 “양자 암호는 이론적으로는 어떤 외부의 공격에도 100% 안전한 암호”라고 설명했다.

최근 양자암호는 무인자동차나 사물인터넷의 확산과 맞물려 더욱 관심이 크다. 무인자동차 주행 중 누군가가 통신망을 해킹한다면 탑승자의 목숨은 위험해진다. 통신망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는 난공불락의 성벽으로 과학계가 양자 암호를 주목하는 이유다.
 
염지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ginny@donga.com
#무인자동차 해킹#양자암호#양자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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