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화두는 소셜뮤직과 MR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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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음악-IT 마켓 美 SXSW 페스티벌 현장을 가다

“히트 곡이야말로 진정한 컨버전스(융합)의 예라고 전 늘 생각해 왔습니다. 수백만 음악 팬의 가슴에 말을 거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16일 오전(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시 컨벤션 센터. 미국의 전설적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나일 로저스(64)가 꺼낸 뜻밖의 말에 음악과 정보기술(IT) 전문가로 구성된 강연 참석자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로저스는 1970년대부터 데이비드 보위, 마돈나, 다프트 펑크, 레이디 가가 등과 수많은 히트 곡을 함께 만든 이다.

14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시내 힐턴호텔에서 열린 SXSW 음악 스타트업 박람회에서 참가자가 ‘RIFF.TVR’ 서비스를 이용해 가상현실로 악기를 연주하며 실시간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보고 있다. 오스틴=임희윤 기자 imi@donga.com
14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시내 힐턴호텔에서 열린 SXSW 음악 스타트업 박람회에서 참가자가 ‘RIFF.TVR’ 서비스를 이용해 가상현실로 악기를 연주하며 실시간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보고 있다. 오스틴=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로저스가 올해 기조연설자로 나선 오스틴의 세계 최대 음악·IT 마켓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페스티벌의 화두는 소셜 뮤직과 융합현실(MR·merged reality)이었다. 올해 31회를 맞은 SXSW는 2007년 트위터의 성공을 견인한 대표적인 IT 박람회이자 60여 개국 2000여 팀이 공연하는 최대 규모의 음악 박람회다.

각종 소셜 뮤직 서비스는 소셜 미디어를 음악 큐레이션과 창작, 저작권 관리에 도입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줬고, MR는 가상현실(VR)의 한계를 증강현실(AR)과의 결합으로 극복하는 접근을 선보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직무대행 강만석)이 지원한 한국공동관에 참여한 국내 업체들 역시 이런 면에서 세계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 세계인 실시간 파티 음악 공유… 소셜 뮤직 뜬다

세계 곳곳의 이용자가 원하는 곡을 재생 목록에 올려 같은 음악으로 실시간 파티를 벌이거나 각국 작곡가가 동시 편곡 작업을 벌이는 등의 기술이 음악 관련 스타트업들 사이의 트렌드로 떠올랐다. 음원서비스 ‘스포티파이’와 연동해 세계인이 파티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는 서비스인 노르웨이 스타트업 ‘리퀘스티파이’의 창업자 크리스토페르 뵐라 리셍은 “와이파이와 위치 기반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좀 더 즉각적이고 재밌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고 했다. ‘송스트림’ ‘소울 센스’ 같은 서비스 역시 음악과 네트워크를 통한 감성, 기억의 공유를 심장으로 내세웠다.

한편 미국 내 대마 합법화 물결은 첨단 건강 제품 분야의 얼굴을 바꿔놓았다. 대마 추출물 중 카나비디올(CBD) 성분을 쓴 기능성 화장품과 에너지 음료가 대거 등장했다. ‘케어 바이 닥터스’의 셰인 낸스 대표는 “합법화와 함께 대마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을 계기로 이쪽 시장이 고속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 로봇VR, 즉석 악보 앱… 한국관도 화제

어지럼증 유발, 활동성 제약, 지나친 몰입도 등 VR가 가진 단점을 AR로 보완해 일상생활로 범위를 넓히는 MR도 주목받았다. 한국 업체 ‘상화’는 로봇VR, 자이로VR로 승부수를 띄웠다. 상화의 윤길상 VR본부장은 “놀이기구의 물리적 운동성과 VR를 결합해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스키점프, 봅슬레이를 가상 체험할 수 있는 기구를 다음 달부터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산하 스타트업으로 SXSW의 문을 두드렸던 ‘험온’은 당당히 독립해 한국관의 인기 부스가 됐다. 입으로 흥얼거린 멜로디를 즉석에서 악보로 만들고 편곡도 해주는 이 앱에 현지 관계자들의 발길이 몰렸다. 멕시코인 마우리시오 발데스 씨는 “음악의 미래를 이끌 핵심 기술로 성장할 잠재력이 보인다”며 엄지를 세웠다.

12∼15일 오스틴 컨벤션 센터 박람회장에서 성황을 이룬 스타트업 한국공동관.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12∼15일 오스틴 컨벤션 센터 박람회장에서 성황을 이룬 스타트업 한국공동관.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이번 한국공동관에는 네오펙트, 라이브케이, ㈜버즈아트, ㈜상화, ㈜아카인텔리전스, ㈜어반베이스, ㈜이노마드, ㈜임프레시보 코리아, 쿨잼, JD사운드 등 모두 10개의 국내 유망 스타트업이 참가했다.

스마트폰과 동기화해 쓰고 있는 스마트 안경 위로 다양한 발광다이오드(LED) 효과를 만들어내는 ‘케미온’을 선보인 네오펙트 부스도 성황을 이뤘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행사에 참가한 ㈜이노마드는 세계 최초 휴대용 수력 발전기 ‘이스트림(Estream)’으로 북미 기업들로부터 잇단 러브콜을 받으며 상용화를 앞뒀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코리아랩(CKL) 김상현 본부장은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세계 투자자와 전문가들의 관심이 해마다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유망 스타트업들이 해외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17일 콘진원에 따르면 12∼15일 이곳 한국공동관은 총 651건의 비즈니스 상담을 통해 총 100만 달러(약 11억3000만 원)의 비즈 매칭 성과를 달성했다.
  
오스틴=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소셜뮤직#mr#sxsw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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