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현실을 비트는 배우들의 열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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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극장

획일적인 사회에 대해 엉뚱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저항하는 광대들. 연희단거리패 제공
획일적인 사회에 대해 엉뚱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저항하는 광대들. 연희단거리패 제공
얼굴을 하얗게 분칠한 광대들이 공연장 앞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거나 손을 흔들며 관객을 반긴다. 막이 오르기 전부터 공연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연극 ‘변두리 극장’은 공연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공연 내내 기존의 질서를 뒤엎는다. 독일의 유명 희극배우이자 극작가, 영화 제작자인 카를 발렌틴(1882∼1948)의 작품으로, 민중이 처한 부조리한 상황을 익살스럽게 비틀며 현실을 풍자했다.

막이 오르면 요즘 보기 어려운 언어유희, 몸개그가 낯설면서도 신선하게 펼쳐진다. 악보대로 연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지휘자 광대(이승헌)와 악보에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제대로 연주할 수 없다는 단원 광대들은 도돌이표 같은 실랑이를 계속한다. 부부 광대는 ‘백 투 더 퓨처 투’처럼 상대방의 얼굴에 침을 더 많이 튀게 만드는 말을 찾아내며 악착같이 싸운다. 주문한 책을 다 만들었다고 전화한 제본소 직원에게 담당자가 아니라며 회사 직원들이 전화를 계속 다른 사람에게로 넘기는 장면은 관료주의의 폐해를 꼬집는다. 에피소드별로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예상할 수가 없다.

배우들은 바이올린 피아노 트럼펫 드럼 등을 직접 연주하고, 뛰고 구르며 온몸으로 에너지를 뿜어낸다. 몸 훈련이 잘된 연희단거리패 배우들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용수철처럼 온몸을 자유자재로 구부리고 펴며 극장을 휘젓는 이승헌은 광대 그 자체다. 메마른 이 시대에, 머리를 비우고 광대들과 한바탕 어울리다 보면 다소 촌스러우면서도 정겨웠던 어느 한때로 돌아간 듯하다. 윤정섭 김아라나 신명은 박현승 등 출연.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게릴라극장. 3만 원. 02-763-1268. ★★★☆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연극 변두리극장#연희단거리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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