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구호단체 고의 폭격… 550만명 식수원도 파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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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 6년… 유엔조사위, 정부군의 ‘전쟁범죄’ 고발


지난해 10월 26일 시리아 반군 점령지인 이들리브 주(州) 하스 마을의 학교 상공에 러시아산 수호이-22 전투기가 떴다. 이 마을은 반군이 주둔하지 않고 주민만 모여 사는 곳인데도 하늘에선 학교를 정확히 겨냥한 FAB-500ShN 폭탄이 떨어졌다. 폭격 직후 학부모와 구조자들이 몰려들자 재차 폭탄이 투하됐다. 어린이 21명을 포함해 36명이 사망했고 114명이 다쳤다. 정부군 측은 폭격 자체를 부인했지만, 유엔은 위성 이미지와 현장 잔해를 통해 전투기와 폭탄이 정부군의 것이라는 걸 규명했다.

시리아 내전을 촉발한 반정부 시위 개시 6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유엔 시리아조사위원회는 이와 같은 사례 등 최근 7개월간의 시리아 전쟁범죄들을 공개했다. 유엔은 정부군이 반군 지역 주민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학교를 고의로 타격했다고 결론지었다. 유엔이 조사해 발표한 전쟁범죄 사례는 내전이 끝난 이후 국제형사재판소에서 범죄 혐의로 다뤄질 수 있어 차기 정부 구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엔은 정부군이 지난해 12월 23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북서부 지역의 식수원을 파괴해 인근 주민 550만 명의 급수를 끊어버린 사건도 전쟁범죄로 규정했다. 당시 정부군과 반군이 치열하게 다투던 다마스쿠스 북서부 와디 바라다 계곡의 알피제흐 식수원은 수도권 주민의 젖줄이었지만 전투 중 파괴됐다. 사건 직후 정부군은 “반군이 식수원에 독과 석유를 풀어 물이 오염돼 급수를 중단했다”며 반군에게 혐의를 뒤집어씌웠다.

유엔은 현장 잔해와 위성 이미지, 각종 증언을 분석해 식수원에 최소 두 발의 폭탄이 공중에서 투하됐다고 결론지었다. 반군은 전투기가 없으니 정부군 측 소행이었다. 반군이 독을 풀었다는 주장과 달리 식수원이 파괴된 전날까지만 해도 수질엔 아무 이상이 없었다. 식수원이 파괴되면 반군 점령지뿐 아니라 다마스쿠스의 정부군 점령지 주민도 피해를 입지만, 반군을 고통스럽게 하는 게 더 우선적으로 고려됐다.

2011년부터 이어진 시리아 내전에서는 시민의 생명과 국제법이 철저히 외면당한 전쟁범죄가 속출했다고 유엔은 결론 내렸다. 정부군은 염소폭탄과 사린가스 등 불법 화학무기를 수차례 투하했고, 집속탄 등 국제협약에서 금지한 무기도 수시로 썼다. 반군에게 도움을 주는 구호단체도 폭격했다. 이들리브 지역에서 활동하는 구호단체 ‘시리안 아랍 적신월사’의 빌딩은 옥상에 구호단체 건물임을 밝히려고 ‘적신월사’라고 크게 적어뒀지만 어김없이 조준 폭격으로 파괴됐다.

반군도 무차별 공격으로 시민 사상자를 속출시켜 전쟁범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유엔은 밝혔다. 지난달에는 한 반군 단체가 다른 파벌 소속 병사 128명을 ‘회개’라는 명분으로 모조리 참수시켰다.

한편 유럽연합(EU)은 다음 달 5일(현지 시간) 브뤼셀에서 열릴 시리아 회담에 앞서 14일 시리아 내전 이후의 재건 계획을 발표했다. EU는 재건을 돕기 위해 94억 유로(약 11조5000억 원)를 동원할 예정이고 이미 10억 유로(약 1조2200억 원)는 인도적 지원에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EU는 전후 사회기반시설 재건비용, 안전 확보, 휴전 감시뿐 아니라 새 헌법 제정과 정부 수립 선거 관리감독 등도 맡아 확실한 재건을 돕는다는 방침이다. 리비아와 이라크전쟁 때처럼 미숙한 전후 처리로 종전 이후 또다시 혼란에 빠지는 사태를 막겠다는 취지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시리아#내전#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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